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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급락에… ‘빚투개미’ 주식 강제처분 위협 직면

입력 | 2021-08-22 21:15:00


30대 직장인 김모 씨(36)는 올해 초 증권사에서 신용거래융자를 받아 삼성전자 주식 5000만 원어치를 샀다. 하지만 삼성전가 주가가 벌써 10% 이상 빠져 ‘멘붕’(멘털 붕괴)에 빠졌다. 그는 “최근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보유 주식들도 수익률이 전부 마이너스”라며 “지금이라도 손절을 해야 할지 대출을 더 받아 물타기를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국내 증시가 연일 급락세를 이어가자 김 씨처럼 빚을 내 주식 투자에 나선 동학개미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개미들이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돈이 25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증권사들이 대출 회수를 위해 주식을 강제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쏟아지고 있다. 조정장이 지속되면 ‘빚투 개미’들의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상거래’ 반대매매 14년 만에 최대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20일 3,060.51로 마감해 일주일간 3.5%(110.78포인트) 하락했다. 1월 25∼29일 5.2%(164.42포인트) 떨어진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문제는 올 들어 증시 상승세를 타고 급증한 빚투 개미들이 최근 급격한 주가 조정에 따라 반대매매 위협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9일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5조3656억 원에 이른다. 신용융자는 주식을 매수할 때 부족한 돈을 증권사에 담보금을 내고 빌리는 것으로, 이달 13일 처음 25조 원을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강타한 지난해 3월 급락장 때는 8조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주가가 급락해 주식 등의 담보가치가 담보유지비율(대출금의 140%) 밑으로 떨어져 증권사가 대출금을 회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의 지점장은 “지난주 반대매매를 우려한 고객들이 주식을 잇달아 손절매했다”며 “하락장이 계속되면 실제 반대매매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미 ‘단기 외상거래’인 미수거래에서는 반대매매가 본격화되고 있다. 미수거래 반대매매 규모는 19일 422억 원으로 2007년 4월 24일(426억 원) 이후 최대치로 늘었다. 주식 결제대금이 부족한 투자자들은 외상(미수거래)으로 주식을 사고 3거래일 안에 해당 금액을 채워 넣으면 되는데, 만약 이를 갚지 못하면 증권사는 강제로 주식을 매도한다. 17~19일까지 사흘간 이렇게 처분된 주식이 1111억 원에 이른다.


물타기 나선 빚투 개미…대규모 손실 우려

주가 하락세에도 빚투 개미들은 손절보다 물타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일례로 반도체 업황 부진 전망의 직격탄을 맞은 삼성전자는 최근 빚투 규모가 더 늘었다. 삼성전자 신용융자 잔액은 18일 1351만 주(9418억 원)로 지난달 말보다 32%가량 증가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이달 들어서만 7% 이상 급락했지만 저가 매수 타이밍으로 판단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빚투가 증시 하락세를 더 가속화할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주가 하락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반대매매가 발생하면 주가 하락 폭을 더 키우고 결과적으로 반대매매가 또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반대매매를 막으려면 증권사에 추가 증거금을 내거나 미수거래를 빨리 갚아야 하지만 최근 은행에서 대출받는 것도 어려워 개미들의 손실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빚투 개미들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변동성이 큰 주식이나 코스닥시장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박민우기자 minwoo@donga.com
이상환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