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한미군기지에 아프가니스탄 피란민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미 관리들을 인용해 “미국이 한국 일본 독일 등의 미군기지에 피란민을 수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아프간 전쟁 수행 중 협조한 현지인과 그 가족 5만∼6만5000명을 이달 말까지 대피시키려 하고 있다. 미군은 대규모 구조작전을 신속하게 펼치기 위해 버지니아, 캘리포니아 등 자국 내 군 기지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 등의 해외 주둔기지도 적극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카타르와 바레인 등 중동 지역의 미군기지는 피란민들로 가득 찼다고 한다.
주둔국과의 협정에 따라 해외 미군기지는 ‘치외법권적’ 지위를 갖고 있다. 피란민을 주한미군기지에 수용할 경우 원칙적인 결정권은 미국에 있다. 그렇다고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하지 않으면 동맹 간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미군은 주한미군기지에 피란민을 수용하기 전에 한국 정부와 충분히 협의를 하는 것은 물론 한국 국민에게도 충분한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
피란민들이 주한미군기지에 머물게 될 경우 우리 정부의 도움이 필요할지 여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다만 인도적 차원에서 한국이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마다해선 안 된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책임을 다하는 한편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