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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주한미군 아프간 피란민 수용”… 한미, 인도적 차원서 협의를

입력 | 2021-08-23 00:00:00


미국이 주한미군기지에 아프가니스탄 피란민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미 관리들을 인용해 “미국이 한국 일본 독일 등의 미군기지에 피란민을 수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아프간 전쟁 수행 중 협조한 현지인과 그 가족 5만∼6만5000명을 이달 말까지 대피시키려 하고 있다. 미군은 대규모 구조작전을 신속하게 펼치기 위해 버지니아, 캘리포니아 등 자국 내 군 기지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 등의 해외 주둔기지도 적극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카타르와 바레인 등 중동 지역의 미군기지는 피란민들로 가득 찼다고 한다.

주둔국과의 협정에 따라 해외 미군기지는 ‘치외법권적’ 지위를 갖고 있다. 피란민을 주한미군기지에 수용할 경우 원칙적인 결정권은 미국에 있다. 그렇다고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하지 않으면 동맹 간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미군은 주한미군기지에 피란민을 수용하기 전에 한국 정부와 충분히 협의를 하는 것은 물론 한국 국민에게도 충분한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

또한 주한미군기지가 활용된다면 피란민의 규모와 체류기간 등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이미 미국과 아랍에미리트(UAE)는 아프간 피란민 5000명을 열흘간 임시 수용하는 것에 합의했고, 독일은 자국 내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 피란민들이 48∼72시간 머무는 것에 동의했다고 한다. 이들은 이후 최종 피란처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피란민들이 주한미군기지에 머물게 될 경우 우리 정부의 도움이 필요할지 여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다만 인도적 차원에서 한국이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마다해선 안 된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책임을 다하는 한편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