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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너는 나를 위험에 처하게 했어”

입력 | 2021-08-23 03:00:00

4월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아프가니스탄 철군 계획을 발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평소 연설 장소인 이스트룸이 아니라 루스벨트룸에서 철군을 발표한 것은 20년 전인 2001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오른쪽)이 바로 이곳에서 아프간 전쟁 개시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비즈니스인사이더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요즘처럼 대국민 소통에 힘을 쏟은 적이 없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대통령 성명을 발표하고 연설 무대에 오릅니다. 이런 노력은 아프가니스탄 때문입니다. 아프간 철군 결정의 정당성을 알리는 대국민 설득 작업에 매진하느라 안 그래도 고령의 대통령이 요즘 부쩍 더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간 발언 중 핵심 내용을 모았습니다.

△“Our diplomacy does not hinge on having boots in harm‘s way.”


철군 계획을 처음 공식화한 것은 4월 연설 때였습니다. 당시 연설에서 “우리의 외교는 위험한 상황에 군을 주둔시키는 것에 달려 있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세계 분쟁 현장에 미군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외교적 신념’이라는 겁니다. 하나의 문장에 중요한 단어들이 여러 개 나오는데요. ‘Hinge’는 ‘경첩’이라는 뜻이죠. ‘Hinge on’은 ‘어떤 것에 의해 좌우되다’ ‘여하에 달려 있다’는 뜻입니다. ‘Boots’는 군화, 즉 군(troops)을 말합니다. ‘In harm’s way’는 ‘위험한 길 안에 있다’, 즉 ‘위험한 상황에 처하다’는 의미입니다.

△“None whatsoever. Zero.”

바이든 대통령은 7월 연설에서 철군 시한을 앞당겼습니다. “성급한 결정”이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아프간 상황이 베트남 패전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한 기자가 “아프간과 베트남 사이에 유사점이 있느냐”고 묻자 바이든 대통령은 정곡이 찔린 듯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None”(없다)이라는 대답 정도만 하면 될 것을 “whatsoever”(전혀)를 붙이더니 이것도 모자라 “Zero”(제로)라고 한 번 더 강조했습니다. 지나치게 강한 부정은 긍정을 뜻하기 마련이죠.

△“I stand squarely behind my decision.”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 뒤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철군 결정이 옳았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습니다. 최근 연설에서 “나는 나의 결정 뒤에 반듯하게 서있다”고 재차 강조합니다. ‘Square’는 원래 ‘정사각형’이라는 뜻이죠. 사람 성격을 말할 때 쓰기도 합니다. 성격이 직각인(반듯한) 사람은 별로 매력이 없죠. ‘답답한’ ‘고리타분한’의 뜻입니다. 또한 거래에서 ‘비기다(even)’의 의미도 있습니다.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