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광안리 등서 활개… 집주인 골머리

60대 A 씨 부부가 최근 절박한 심정으로 검찰총장에게 보낸 7장 분량의 청원문 내용이다. 부부는 올 초 입주를 시작한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앞 59m² 규모의 오피스텔 한 채를 3억 원 넘는 돈을 주고 분양받아 30대 남성에게 임대를 놨다. 보증금은 1년에 1000만 원, 매달 125만 원의 세를 내는 조건이었다.
○ 불법 공유숙박 ‘재산권 피해’ 심각
그런데 오피스텔에서 신혼생활을 할 거라고 했던 남성은 A 씨로부터 임차한 오피스텔을 하루 10만∼20만 원을 받고 관광객들에게 빌려줬다. 오피스텔을 빌려 불법으로 공유숙박업을 운영한 것이다. 오피스텔은 법적으로 주거나 업무용으로 사용할 수는 있어도 숙박업은 할 수 없다.오피스텔에 A 씨와 같은 소유주는 한두 사람이 아니다. 모두 ‘심각한 재산권 침해를 받는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소유자 B 씨는 “월세 100만 원을 1년간 내기로 하고 입주한 세입자가 석 달도 안 돼 계약을 해지했다”며 “‘주거용’으로 계약했는데, 매일 늦은 밤까지 관광객들이 북적이니까 도저히 못 살겠다며 나갔다”고 하소연했다.
더 큰 문제는 불법 공유숙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의 사각지대라는 점이다. 입주자 C 씨는 “마스크를 벗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람들을 우리가 저지할 방법이 없다. 한 방에 많은 사람이 넘쳐나고 늦은 밤까지 술판이 벌어져도 속수무책”이라고 주장했다.
○ ‘단속 한계’ 법·제도 정비 필요

부산 수영구 광안리 해변 일대에서 불법 오피스텔 공유숙박 영업이 이뤄지지만 근절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19일 광안리 오피스텔 주변에 걸린 현수막. ‘불법 공유숙박 영업 때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적혀 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경찰은 올해 광안리 일대에서만 88건의 불법 공유숙박 영업을 적발했다. 규정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돼 있지만, 실제 벌금은 100만 원 정도만 부과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도 법과 제도 정비를 주문했다. 강정규 동의대 재무부동산학과 교수는 “오피스텔에서 공유숙박업을 할 경우 적극 단속하는 규정을 두거나, 아예 양성화할 경우 어떤 자격과 기준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와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