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연장에 월세 내기도 벅차” 4차 유행 이후 대거 투잡 뛰어들어… 마트 야간알바 뛰는 갈비탕집 사장 “폐업비용 부담돼 가게도 못 접어”, 검은 우산 든 자영업자들 ‘걷기 시위’ “살길 막막… 자식에 빚만 물려줄 판”
안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에는 하루 매출이 100만 원 안팎이었는데 요즘에는 50만 원도 안 나온다”며 “월세와 거래처 미수금을 내기 어려워 투잡을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7월 투잡 자영업자 ‘사상 최대’
안 씨 부부처럼 투잡에 나선 자영업자 수가 7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로 늘어났다. 22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실이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직원을 고용하지 않는 영세 자영업자 가운데 투잡에 나선 사람이 7월에 15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7월 기준 가장 많은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13만2000명)과 비교하면 1년 만에 17.4% 증가했다. 이에 대해 추 의원은 “소상공인 희생을 강요하는 획일적인 거리 두기로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에 몰린 것”이라고 말했다.자영업자들이 대거 투잡에 나선 데는 폐업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1월 소상공인연합회가 폐업한 소상공인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4.7%가 “폐업하는 데 1000만 원 이상 들었다”고 답했다. 폐업 비용이 3000만 원 이상 들었다는 응답도 전체의 9%였다. 갈비탕집을 운영하면서 마트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김모 씨(42)는 “현실적으로 폐업을 하는 게 맞지만 이미 들어간 돈이 있어 투잡을 하면서 버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연체된 소상공인 정책 자금이 2016년 통계 집계 이후 최다인 2204억 원(6143건)에 달했다. 그만큼 자영업자들의 경영 상황이 ‘한계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뜻이다.
○ 검은 옷 입고 집회 나온 자영업자
장대비가 쏟아진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자영업자들이 정부의 ‘거리 두기 강화’ 방침에 반발하며 검은 옷을 입고 검은 우산을 쓴 채 거리에 서 있다. 이날 자영업자 200여 명이 국회의사당 인근에 모여 ‘수도권 소상공인 걷기 운동’에 참여했다. 채널A 화면 캡처
장대비가 쏟아진 이날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 나선 자영업자 이승현 씨는 비를 맞으며 “1년 반 동안 정부 방역 지침을 철저히 지켰는데 돌아온 건 불어난 빚뿐”이라며 “어떻게든 먹고살려고 가게 문을 여는데 영업시간을 더 줄이면 무슨 수로 빚을 갚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먹고살 길이 막막해 눈물만 흐른다”고 덧붙였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