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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디즈니, 후지시로 세이지의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 展’

입력 | 2021-08-23 11:31:00

사진 제공 :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빛의 투과율을 조절하는 특수용지에 밑그림을 그리고 잘라낸 뒤 조명으로 스크린에 투사해 색감과 그림자로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미술 장르가 있다. 이른바 ‘카게에(그림자 회화)’다.

카게에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전시회가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카게에의 개척자로 동양의 디즈니로 불리는 후지시로 세이지(97)의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 展’이 그것이다.

전시 작품은 색채의 향연이다. 밝은 빛과 어두운 빛의 밸런스, 오려붙인 재료, 질감의 투과율까지 치밀하게 계산하여 완성했기에 찬란한 색채의 강렬한 이미지를 경험할 수 있다.

새까만 실루엣과 빛의 단순한 조합인 모노크롬 작품도 강렬한 시각적 인상을 안겨준다. 모노크롬은 카게에의 원류다. 후지시로 세이지는 2차 세계대전 직후 초토화한 도쿄에서 평화를 기원하고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잿더미가 된 들판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골판지와 전구를 사용해 빛과 그림자의 카게에를 제작해 보여줬다. 그의 작품은 사랑과 평화, 공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진 제공 :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이번 전시에서는 초기 흑백 작품 서유기 시리즈,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을 소재로 한 작품, 일본 상업연극 역사에 큰 업적을 남긴 극단 모쿠바자 시절의 오리지널 캐릭터 캐로용 인형까지 그의 대표작과 신작 160여 점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이 가운데 ’은하철도의 밤’과 ‘울어버린 빨강 도깨비’는 1959년 초연 이후 각 1000회 이상 상연하며 교과서에도 실린 작품으로, 후지시로 카게에 극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사진 제공 :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작가는 빛과 그림자는 인생 그 자체이자 우주 그 자체라고 정의한다. “나는 빛과 그림자로 자연의 아름다움, 살아있는 생명의 소중함을 그리는 것과 동시에 인생을 그려가고 싶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를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오는 10월 12일까지 이어진다. 월요일(휴관)을 제외한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