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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發 부품난… 車-가전 하루하루 피마른다

입력 | 2021-08-24 03:00:00

델타 확산에 부품생산 잇단 중단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국내외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국가 부품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완성차 제조업체들이 생산량 조절에 나서는 등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선 올 상반기(1∼6월)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이어 부품 수급 차질로 연간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자동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전자제어장치(ECU) 부품 및 차량용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로 국내 일부 공장의 생산량 조절에 나섰다. ECU 등을 생산하는 말레이시아 부품 공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다수 발생해 공장 가동률이 20%대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공장 라인을 일부 시간만 가동하거나 주말 특근을 하지 않는 식으로 생산량 조절을 하고 있다. 현대차 일부 공장은 부품 부족으로 라인은 돌리지만 컨베이어 벨트 위에 차량이 없는 이른바 ‘공피치’ 운영을 단행하고 있다. 하루 평균 수백 대의 생산 차질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매일 부품 상황을 확인하면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동남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반도체 부품 부족 등으로 9월 글로벌 생산량을 목표 대비 50만 대 이상 줄이기로 했다. 계획 대비 40% 감산이다. 일본은 동남아 부품 의존도가 30% 정도라 부품 공급난에 따른 타격이 크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5∼10% 정도다.

한국GM은 9월부터 인천 부평1공장 생산량을 50%가량 감산한다. 반도체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GM 본사가 공급량 조절에 나섰기 때문이다. GM은 최근 “반도체 공급 문제로 미국, 멕시코, 캐나다 등의 생산 일정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드자동차는 23일부터 미국 캔자스시티 생산라인에서 주말 연장 근무를 중단했다. 올해 초부터 생산량 조절에 나선 폭스바겐은 3분기(7∼9월)부터 추가 생산량 감축에 나선다.

자동차 업체만이 아니다. 베트남에 가전제품과 TV, 스마트폰 생산거점을 마련한 삼성전자 등도 부품 조달 차질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호찌민 현지에서 가전 및 TV 등 에어컨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전제품을 생산해 동남아 현지와 유럽, 미국 등에 수출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악화로 평소 7000여 명에 이르던 근무인력이 3000명 수준으로 줄었고 공장 가동률도 40% 안팎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공장 가동을 정상화하더라도 현지에 동반 진출한 공장에서 부품 수급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사태가 장기화돼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으로 성수기인 4분기(10∼12월) 판매전략에 차질이 올 상황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현지 중소·중견 협력업체의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다. 비상시를 대비해 마련해 놓은 재고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상황”이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필수 인력들이 공장 내 간이침대와 텐트에서 생활하며 버티고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 누적되는 피로감, 숙식 해결에 드는 추가 비용 등도 경영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