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 등 36개 경제단체, 업종별 협회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의 모호한 내용들을 명확히 해달라는 제안이 담긴 공동 건의서를 어제 정부에 냈다. 내년 1월 27일 시행될 법 시행령의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는 날 경영계가 강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시행령에서 기업들이 제일 걱정하는 부분은 사업주, 경영책임자의 의무, 책임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불명확해 사전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사업주는 안전보건 인력이 충실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시행령이 규정했지만 어떤 노력을 얼마나 기울여야 ‘충실’한 건지가 분명치 않다. “차라리 정부가 기업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사전 평가해 인증해주는 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경영계가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시행령은 또 한 사업장에서 1년 안에 ‘직업성 질병’에 걸린 근로자가 3명 이상 나오면 사업주를 형사처벌할 수 있게 해놓고 야외 건설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열사병 등 경미한 질병들까지 직업성 질병에 포함시켰다. 이 때문에 경영계는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 등 질병의 중증(重症)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산업재해가 발생할 때 사업주 등을 형사처벌하는 강도 높은 법을 만들어 놓고 기준조차 명확히 하지 않는 건 직무유기로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기업들의 호소를 진지하게 검토해 남은 5개월 동안 시행령을 보완하고 정밀한 가이드라인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