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특파원칼럼/박형준]6년간 등교 거부한 日학생, 올림픽 무대에 서다

입력 | 2021-08-24 03:00:00

고교 감독과 담임 만나면서 인생 꽃피워
등교 거부 공론화로 日국민 이해도 높아



박형준 특파원


일본 나라현의 소도시 야마토코오리야마 출신 스나마 게이타(砂間敬太·26).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특별한 이유 없이 학교에 며칠 결석했다. 다시 등교했더니 친구들이 “왜 학교 안 왔느냐”고 물어댔다. 그게 싫어 또 결석. 부모는 스나마에게 화를 냈지만 강제로 학교에 보내진 않았다. 스나마는 6년 동안 학교를 거의 다니지 않았다.

그의 취미는 수영. 세 살 때부터 집 근처 수영 학원을 다녔다. 실력이 꽤 늘어 주니어 선수 중 주목받는 존재가 됐다. 하지만 등교를 거부하면서 수영에 대한 열정도 시들해졌다. 중학교 3학년 때 일본 최대 스포츠 대회인 국민체육대회 출전을 끝으로 수영을 그만두고자 했다.

대회가 끝났을 때 덴리고교(나라현 덴리시) 수영부 야마모토 료스케(山本良介·65) 감독이 말을 걸어왔다. “너는 보물 같은 선수가 될 거다. 우리 학교를 한번 견학하러 오거라.” 스나마는 견학 후 덴리고교로 진학했다. 야마모토 감독은 훈련 때 묵묵히 지켜보는 스타일이었다. “고교는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다. 너는 반드시 크게 날개를 펼칠 것이다”라고 말해줬다. 그런 훈련 방식이 스나마와 잘 맞았다.

고교 때 ‘제2의 엄마’와도 만났다. 고교 3년간 담임을 맡았던 요시다 미와(吉田美和·58) 선생님. 그는 스나마의 등교 거부 전력을 알고 세심하게 챙겼다. 조례 시간이면 가장 뒷자리에 스나마가 있는지 확인했다. 개인 면담을 매일 한다는 느낌으로 하루 한 번 스나마에게 말을 걸었다. 스나마는 고교 3년 내내 결석을 하지 않았다.

스나마는 고교 졸업식 때 체육 분야 특기를 인정받아 특별표창을 받았다. 교장 선생님은 상장을 주며 올림픽을 목표로 할 것을 권했고, 스나마는 “예,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켰다. 지난달 28일 도쿄 올림픽 200m 배영에 일본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다음 날 열린 준결선에서 탈락해 메달 획득은 3년 후 파리 올림픽으로 미뤘다.

6년이나 등교를 거부했던 스나마가 어떻게 일본 국가대표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기자는 등교 거부에 비교적 열린 자세로 대하는 일본 사회를 주목한다. 일본 학자들은 등교 거부 현상을 일찌감치 연구했다. 초창기인 1980년대에는 실태와 원인을 주로 다뤘고, 2000년 이후에는 다양한 해법을 찾았다.

일본은 등교 거부 학생들에게 학교가 등교를 강제하는 게 아니라 그 학생에게 맞는 교육을 보장하는 내용의 ‘교육기회확보법’을 2017년 시행했다. 등교 거부 청소년에 대해 ‘재등교’가 아니라 ‘맞춤형 교육’으로 정책 방향을 수정한 것이다.

언론은 공론화에 나섰다. 도쿄신문은 22일자 조간 1면 머리기사로 “학생이 ‘학교에 가기 싫다’고 말하는 것은 생명과도 연관된 SOS를 보내는 것”이라는 내용의 기획을 배치했다. 등교 거부는 여름 및 겨울 방학이 끝난 직후 급증하고, 자살과 같은 사회문제로 이어지기 쉽다. 일본 언론들은 8월과 2월 적극적으로 등교 거부에 대해 보도한다.

문부과학성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일본 전국 초중고교에서 30일 이상 등교를 거부한 학생 수는 23만1372명(전체의 1.8%)이다. 그중 학교 지도 등으로 2019년 중에 다시 등교한 학생이 22.8%에 이른다. 지속적인 공론화 덕분에 일본 사회는 등교 거부에 대해 이해도가 높다. 부끄러워 숨기기에 급급했다면 스나마의 성공 신화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