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인 클래식음악 칼럼니스트
숱한 음악가와 음악이 있었음에도 이 중 가장 빈다운 게 뭘까 묻는다면 빈 사람들은 주저 없이 왈츠를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그 대표 음악이 요한 슈트라우스 2세(사진)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다. 빈 사람들의 ‘최애곡’인 이 작품은 오스트리아 제2의 국가로 불린다. 그래서인지 음악비평가 한슬리크는 이 곡을 “가사 없는 오스트리아의 애국가”라고 했다. 이 작품은 유명한 새해 축제인 빈 신년 음악회의 고정 앙코르곡으로 자리 잡은 뒤 세계적으로 사랑받게 됐다.
1867년 오스트리아는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허망하게 패했다. 그 결과 미리 잡혀 있던 모든 사육제(부활절 금식 기간 시작 전의 카니발) 일정이 취소되고 만다. 특히 빈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무도회가 취소되자, 빈의 남성합창단은 원래의 바보 광대극 대신 가곡의 밤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왈츠 없이 사육제를 보내다니! 아무리 전쟁 중이라지만 빈 사람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급히 요한 슈트라우스 2세에게 남성 합창용 왈츠를 의뢰한다. 슈트라우스는 주문을 받고 가사에다 두 개로 딱딱 끊어져 나눠 부르기 좋은 멜로디를 입힌다. “빈 사람들아, 기뻐해! 서광이 비치잖아, 사육제 시작되니, 시간을 거슬러, 슬픔을 거슬러 참아보아야 다 소용없으니 즐겁게 보내자, 우리!” 이러한 가사는 과거의 영광을 잃고 서서히 몰락해 가는 빈의 정경을 반영하지만, 즐거움의 때를 포기할 수 없다는 현세적 낙천성의 표시이기도 하다.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 예술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도나우강이 가장 푸르른 이 시절, 힘겨운 시대를 이겨내는 빈 사람들의 낙천성을 한번 떠올려 보자. 음악은 삶이 어려울 때 더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
나성인 클래식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