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용 칼럼니스트
사적인 사이가 아닌, 업무상 관련을 맺고 있는 사이라면 최근 지나치게 이모티콘을 남발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볼 법한 얘기였다. 그 뒤로 나도 가깝지 않은 사람과 일 이야기를 할 때 이모티콘을 얼마나 보내야 할지 종종 고민한다.
거절과 사과는 어떨까. 일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거절하고 사과할 일이 생긴다. 모두 유쾌한 일이 아니다. 말 한마디, 문자 하나가 오해를 키울 수도 있다. 그러니 거절이든 사과든 만나서 하는 게 낫다(만났을 때 언행으로 오해가 커지는 건 논외로 하자). 그런데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만남이 제한된 상태다. 요즘 젊은이들의 거절과 사과는 어떨까.
그럼에도 코로나19는 의사소통 방식에 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다. 특히 방역이 중요한 규모 있는 기업체 회사원들이 그렇다. 한 기업 제휴 담당자는 “회사에서 외부 모임을 금지하다 보니 거절할 핑계가 생겼다”고 했다. 그는 “일부 업종은 꼭 만나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런 미팅이 줄어 좀 편해지긴 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소통의 세부 요소도 바뀌고 있다. 많은 이들이 “대면 미팅을 해도 참석 인원이 줄었다”거나 “미팅 전에 준비할 게 더 늘었다”고 답했다.
조금 더 기묘한 효과도 있다. 이직이다. 한 기업 대리는 비대면 업무가 많아지면서 업무 효율이 늘었고, 이직을 준비하는 이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대리급은 회사에 나가면 자기 일을 못 하고 위에서 시키는 일을 많이 합니다. 대면 업무에서는 그런 일을 거절할 수 없죠. 그래서 업무시간에 남의 일을 하고 자기 일은 야근으로 했습니다. 반면 비대면 환경에서는 사소한 지시들이 줄다 보니 남는 시간이 늘었고, 그 덕분에 제 동기는 더 좋은 곳으로 이직에 성공했습니다.” 코로나19가 낳은 업무 효율 증대의 나비효과라 할 수 있겠다.
‘개가 짖어도 카라반은 간다’는 속담의 지리적 배경은 아라비아 사막이다. 개가 날카롭게 짖어도 짐을 싣고 천천히 움직이는 상인의 낙타 떼를 막을 수는 없다. 코로나19와 일도 비슷하다. 될 일은 된다. 코로나19가 몇 단계로 지속돼도 일은 진행되며 그건 2030세대라고 해도 다르지 않다. 젊은이들도 먹고살아야 하고, 먹고살려면 일이 돌아가야 하니까. 그러니 대화창의 이모티콘만 늘어날 뿐이다.
박찬용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