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지시후 法개정 논의 속도 여야 ‘1심부터 민간법원 이관’ 합의
군 내 성추행 피해자의 사망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군 사법개혁 차원에서 군 수뇌부에 성폭력 등 군형법 적용 대상이 아닌 ‘비(非)군사범죄’ 사건을 민간법원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여야는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성범죄, ‘비군사범죄’ 피해자인 군인이 사망한 사건, 군 입대 전 저지른 범죄 등에 대해선 1심부터 군사법원이 아닌 민간법원이 처리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군은 이에 따라 ‘비군사범죄’의 민간 이관 방안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날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를 불러 국방 현안 보고를 받을 당시 비군사범죄의 민간 이관 방안 등을 거론했다. 군에서 이런 범죄를 ‘비순정(非純正)’ 범죄라고 부른다. 지난해 6월 기준 군 형사사건의 87.3%가 성범죄 등 군의 특수성과 무관한 범죄였다. 군형법 위반, 군사기밀 유출 등 이른바 ‘순정’ 범죄 비율은 12.7%에 그쳤다. 문 대통령의 지시는 군 형사사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군사범죄까지 1심부터 민간에 맡기도록 하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軍 ‘평시 군사법원 폐지’에는 반대 입장 정부가 지난해 7월 국회에 제출한 군사법원법 개정안은 1심을 국방부 장관 소속 군사법원이, 2심은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하고 민간법원이 맡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성추행 피해자인 공군 이모 중사 사망 사건 이후 석 달 만에 해군에서 유사 사건이 재발하면서 군사법 체계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된 상태다.
이에 따라 성폭력 등 비(非)군사범죄의 민간 이관에 소극적이었던 군도 기존 정부의 개정안보다 민간법원으로 넘기는 범위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심부터 비군사범죄를 민간법원에 이관하는 방안을 내부에서 폭넓게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서욱 국방부 장관과 각 군 참모총장이 참석한 22일 긴급회의에서는 이 같은 방안에 대한 의견 수렴이 이뤄졌다고 한다. 다만 각 군에서는 이 경우 군 검찰 수사권까지 민간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비군사범죄의 민간 이관 방안이 군에서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만큼 그간 계류된 여러 군사법원법 개정안들을 종합 심사 중인 국회 논의도 탄력을 받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23일엔 민간 이관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안소위가 열렸다.
군사법원 폐지 안건은 25일 합동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논의된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