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의무화’ 이달중 입법… 혼란 줄이려 공포후 2년 유예 응급수술 등 의료진 촬영거부 가능… 의사협회 “의료 후퇴 막을 것” 환자단체 “의료사고 예방” 환영
수술실 CCTV, 2023년부터 의무화될 듯 발의 6년만에 국회복지위 통과
여야, 이르면 내일 본회의 의결… 의사협회 “환자보호 역행” 반발
2023년부터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설치가 의무화될 전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CCTV 설치법이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은 것은 2015년 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지 약 6년 만이다. 개정안은 수술실 내부에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은 CCTV를 설치·운영하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다만 여야는 의료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법안 공포 후 2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개정안은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이르면 25일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국민 건강과 안전, 환자 보호에 역행하며 의료계를 후퇴시키는 잘못된 법안”이라고 반발했다.
환자 요청땐 수술 촬영… 의협 “헌법소원” 반발
여야는 의료 현장의 반발과 혼란을 줄이기 위해 법안 공포 후 2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지만 의사 단체와 환자 단체 간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어 적지 않은 후유증이 우려된다. 당장 대한의사협회는 “법안이 최종 통과된다면 헌법소원을 포함해 단호한 대응에 나서겠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반면 환자 단체는 “의료법 개정운동이 7년 만에 결실을 봤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 6년여 만에 상임위 문턱 넘은 ‘CCTV법’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의 핵심은 수술실 내부에 외부 네트워크와 단절된 폐쇄회로(CC)TV의 설치, 운용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그동안 여야는 수술실 내 CCTV 설치라는 큰 틀의 공감대를 이루고도 구체적인 촬영·열람 요건 및 시행 유예기간 등 각론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촬영 거부 범위의 경우 의료계 입장을 반영해 구체적인 사례를 적시하되 보건복지부령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선에서 합의했다.
다만 의료진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조항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수술이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응급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위험도가 높은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전공의 수련 목적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이다.
이 밖에 개정안은 CCTV 설치 비용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고, CCTV 열람 비용은 열람 요구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의료기관에는 CCTV 영상 정보를 30일 이상 보관하고, 자료가 유출 또는 훼손되지 않도록 조치할 의무를 부과했다.
○ 의료계 반발 vs 환자 단체 환영
대한의사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국민 건강과 안전, 환자 보호에 역행하며 의료를 후퇴시키는 잘못된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김양우 가천대 길병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위험 부담이 큰 과목을 기피하는 현상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의 한 정형외과 병원장은 “의사들이 ‘사고가 나지 않는’ 선에서 방어적인 수술만 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환자 단체는 환영 입장을 밝혔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유령수술, 무자격자 대리수술, 성범죄, 의료사고 은폐 등을 예방하기 위해 시작된 의료법 개정운동이 결실을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촬영 거부 요건 중 ‘위험도 높은 수술’은 자의적인 확대 해석 우려가 있고, ‘전공의 수련 목적 달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역시 전공의 수련 병원을 모두 제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