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병원재단 유성선병원
화재 모의 훈련에 참여 중인 유성선병원 의료진들이 모의 환자에게 방연 마스크를 씌우고 들것에 실은 뒤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선병원재단 제공
“불이야, 불이야!”
8일 대전에 위치한 선병원재단 유성선병원 4층 병동. 간호사가 갑자기 ‘불이야’ 하고 소리쳤다. 그는 화재 경보 장치를 울린 뒤 바로 119에 신고했다. 또 병동 스피커를 통해서는 ‘코드 레드(병원에 불이 난 것을 의료진에게 알리는 용어)’라는 소리가 들렸다. 전 직원들의 핸드폰엔 ‘신관 4층 4○○호’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문자가 발송됐다. 해당 병동의 직원과 간호사는 불을 끄기 위해 복도에 설치된 소화전에서 소방 호스를 꺼내 화재가 난 병실로 가져갔다.
또 다른 간호사들은 환자를 이송할 들것을 재빨리 가져와서 병동에 누워있는 환자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소화기를 들고 뛰어오는 의료진도 보였다. 이 모든 상황이 5분 안에 이뤄졌고, 병동에 누워 있던 4명의 환자는 무사히 들것에 실려 나왔다. 이들 환자 모두 화재 방연 마스크를 씌워 연기로 인한 질식을 방지했다. 이 병원에서 한 달에 2번씩 불시에 이뤄지는 화재 모의 훈련을 하는 현장이다.
유성선병원이 환자 안전을 위한 혁신적인 ‘세이프티 가드’ 시스템을 마련해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병원은 원내 환자 및 내원객들의 안전을 위한 수단으로, 화재 안전과 감염 관리에 포커스를 맞춘 시설 및 시스템을 확립해 세이프티 가드 시스템을 완성했다.
병원 4층 옥외정원에 ‘자율소방소’ 마련
국내 최소 병원 내 만들어진 자율소방소 외부의 모습. 선병원재단 제공
자율소방소 내엔 청정소화기, 분말소화기, K급 소화기 등 소화기가 종류별로 비치돼 있다. 또 환자를 안전하게 대피시킬 수 있는 견고한 품질의 들것, 화재가 났을 때 발생하는 열을 대비할 수 있는 방열복도 마련돼 있다. 공기호흡기와 초기 화재 진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소방포 등의 물품도 있어 대피하면서 유독가스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뿐 아니다. 병동마다 소화전과 병실, 구역마다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어 화재 초기 진압에 부족함이 없는 상태다. 30분 이상 착용할 수 있는 방연 마스크 역시 병실 인원수에 맞춰 총 500개 이상 확보돼 있다.
코로나19 시대, 환자와 보호자 위한 감염관리
자율소방소에는 환자를 안전하게 대피시키기 위해 청청소화기,분말소화기, K급소화기 등의 각종 소화기 외에도 들것, 방열복, 소방포, 공기 호흡기 등도 마련돼 있다. 선병원재단 제공
음압은 감염환자로부터 발생한 감염체가 외부로 퍼지는 것을 막는 개념이다. 음압격리실은 다른 병실과 다르게 음압으로 유지되는 병실이기 때문에 감염병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탁월한 병실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유성선병원 응급실의 경우 응급실에 감염병 환자가 입실했을 때 응급실 내 음압격리실을 이용해 그곳에서 바로 감염병 관련 검사를 진행한다. 이후 음압텐트 및 전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각 병동에 있는 음압격리실로 이동하는 동선 구분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감염병 차단이 이뤄지고, 병동마다 철저한 감염관리가 가능해졌다. 실제 유성선병원은 이러한 노력 덕분에 보건복지부 지정 안심병원으로 지정돼 현재까지 환자와 보호자들의 큰 신뢰를 받고 있다.
선병원재단 이규은 원장은 “많은 환자와 내원객들이 밀집되는 병원인 만큼 화재와 감염에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기타 환자 안전에 대해서도 재단 차원에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