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5월부터 전국 최초 실시 중진공 직원 3, 4명 사흘간 머물며 3년간 돌아가며 업무보기로 협약 출퇴근 힘들고 툭하면 뱃길 끊겨… 변변한 식당-슈퍼 없어 생활 불편 “현실과 동떨어진 전시행정” 지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직원들이 섬에 근무하러 들어와 놓고 있는 듯 없는 듯하다 섬을 떠나버립니다.”
경남도와 중진공이 올 5월 경남 통영시 두미도에서 실시하고 있는 ‘섬택근무’. 경남의 섬을 전국에 알리고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자는 취지의 ‘살고 싶은 섬’ 프로젝트로 전국 처음으로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시행 4개월째를 맞았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오전 6시 20분 경남 통영항 선착장. 30분간 줄을 서 통영시 욕지면 두미도로 가는 여객선에 올랐다. 두미도행 배편은 오전 6시 51분과 오후 2시 20분 두 편뿐이다. 동물머리에 꼬리가 붙은 형상이란 뜻의 두미도는 면적 5.03km², 해안선 길이 11.0km의 섬이다. 70여 가구, 100여 명이 살고 있다.
경남도가 전국 최초로 통영시 두미도에 설치한 ‘섬택근무’ 장소인 ‘두미 스마트워크센터’. 사용자가 없어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섬택근무’는 진주혁신도시에 있는 중진공 직원 1000여 명이 일주일에 3일씩 3년간 돌아가며 두미도에 머물며 업무를 보는 것으로, 경남도와 통영시, 중진공, 두미도 북구마을 등이 협약을 맺었다. 근무 편의를 위해 해저로 인터넷선도 깔았다.
중진공 직원 3, 4명이 한 팀을 이뤄 두미도에서 근무한다. 중진공이 두미도 근무 명단을 스마트워크센터를 관리하는 주민에게 전화로 알려주면 이 주민이 숙박 등에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시행 이후 7월까지 한 달에 두 팀씩 총 4팀이 2박 3일간 머물다 갔을 뿐 8월에는 아예 신청자가 없었다.
두미 스마트워크센터의 내부 모습.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경남도와 중진공은 “현재 정책 도입단계로 섬 주민들에게 장기 비전을 명확히 표현하지 못해 빚어진 오해”라는 입장이다. 경남도는 “월 70만 원의 사무실과 숙소 임대료 수익을 비롯해 사무용품 기증과 특산품 팔아주기 등 섬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과 함께 장기 비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진공은 “코로나19 확산과 폭염, 여름휴가 기간이 맞물리면서 강제 차출 방식이 아닌 섬택근무가 정체 상태에 있는 게 사실”이라며 “대상범위를 공단 직원에 국한하지 않고 일반 국민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 섬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만들어 반드시 성공한 정책으로 자리 잡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