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에서 미래를 찾는다]경기 광주서 메뚜기농장 복현수씨
경기 광주시에서 농장을 경영하는 복현수씨는 급성장하는 국내 곤충사육 시장에서 메뚜기를 전문적으로 키우는 젊은 농부다. 인공 조명시설을 갖춘 실내 농장에서 한 손에 메뚜기, 다른 한 손에 자신이 개발한 사육통 세트를 들고 있는 모습. 광주=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스터 메뚜기입니다.”
경기 광주시에서 메뚜기 농장을 경영하는 복현수 씨(38)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그는 농장 2곳 6000m²(약 1800평)에서 벼메뚜기 10만 마리와 풀무치 10만 마리를 키운다. 하루 종일 메뚜기에게 둘러싸여 사는 그의 꿈은 ‘메뚜기 월드’를 조성하는 것이다. 사육 규모를 현재 벼메뚜기 10만 마리를 포함해 20만 마리를 200만 마리로 늘리고 종류도 6, 7종에서 최대 20종까지 늘릴 계획이다.
복 씨가 판매하는 식용 메뚜기. 광주=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국내 곤충 사육 농가는 2000여 곳에 달한다. 이 중에서 메뚜기 사육 농가는 20여 곳도 안 된다. 시장잠재력이 큰데도 불구하고 메뚜기 농가가 적은 것은 온도 습도 햇볕 등 사육 조건을 맞추기가 까다로운 곤충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17일 복 씨의 농장을 찾았을 때 그는 고민에 싸여 있었다. 최근 폭염으로 메뚜기가 더위를 먹어 떼죽음을 당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메뚜기 사육 6년 차지만 아직 모르는 게 많습니다. 메뚜기는 부화해서 성충이 되기까지 2개월 반 정도 걸리죠. 이 기간 동안 그 어떤 복병을 만나 사육에 차질을 빚을지 모릅니다. 최적의 사육 조건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해야 합니다.”
대학에서 축산학을 전공한 복 씨는 사료회사와 양돈회사에서 7년여를 근무한 샐러리맨 출신이다. 어느 날 “곤충은 미래 식량”이라는 내용의 자료를 접한 것이 그의 인생 항로를 바꿔 놓았다. 고민 끝에 농장을 임대차해 도전하기로 했다.
그의 농장에서 기르는 메뚜기(위)와 풀무치(아래). 광주=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처음에는 벼메뚜기 위주로 사육했다. 식용으로 건조시켜 온라인 스토어를 개설해 판매했다. 여름 곤충인 벼메뚜기 특성상 겨울에는 사육이 어렵다. 그런데 고객 주문은 꾸준히 밀려들었다. 그래서 메뚜기와 비슷한 풀무치로 영역을 확대했다. 자연 햇볕이 중요한 메뚜기와 달리 풀무치는 인공조명으로도 사육이 가능하다.
“풀무치를 시험 사육해 인터넷에 500마리 한정으로 올렸더니 순식간에 매진됐습니다. 인공조명 시설을 갖춘 풀무치용 두 번째 농장을 마련했죠. 이들 곤충의 먹이로 쓰이는 옥수수, 피 등의 사료도 농장에서 직접 키워 경영비를 절감하고 있습니다.”
최근 급성장하는 시장은 희귀 반려동물 먹이용이다. 도마뱀, 타란툴라 등을 키우는 애호가들이 늘면서 이들 동물의 먹이로 메뚜기 풀무치 등이 각광받는다.
복 씨는 “식용은 배설물을 배출한 뒤 건조해 판매하는 반면 먹이용은 사육망 박스에 산 채로 넣어 배송한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지역 초등학교에서 메뚜기 사육 체험학습을 진행하는 복씨. 광주=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지난해에는 장마로 사육에 고전했지만 메뚜기 판매로 5000여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올가을에는 현재 임차 형태에서 벗어나 경기 이천시에 농장 부지를 구입해 이전할 계획이다.
토지 구매 자금은 2019년부터 혜택을 받는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 사업의 창업자금 융자(최대 3억 원 한도)로 충당했다. 이 사업의 또 다른 혜택인 월 최대 100만 원의 정착지원금은 농장 운영과 생활비로 절반씩 쓰고 있다. 메뚜기 사업 초기에 막노동과 간판 그리기 등의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생활이 힘들었을 때 정착지원금은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지금은 저의 3대 목표인 사육 대량화, 안정화, 연중 사육에 근접해 가는 과정입니다. 오늘도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메뚜기처럼 팔짝팔짝 뛰어오르며 도전할 겁니다.”
광주=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