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군을 당초 계획한 이달 31일까지 끝내기로 했다고 CNN이 24일 보도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일부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자국민의 완전한 철수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줄곧 철군 시한 연장을 요구했지만 탈레반 측이 31일까지 무조건 모든 외국 군대가 떠나야 한다는 등 강경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연장 계획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CNN에 따르면 미 행정부 고위관리는 “대통령이 철수 시한을 지키기로 했다. 미군이 더 오래 주둔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안보 위험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 또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철군 시한 변동은 없다. 이달 말까지 아프간을 떠나기를 원하는 모든 미국인을 대피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간을 점령한 탈레반은 외국군의 철수 및 민간인 대피 시한을 연장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커비 대변인의 발표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프간 의사, 학자 등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아프간을 떠나 서방 국가로 가서는 안 된다. 우리는 아프간인들이 떠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23일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수도 카불을 찾아 탈레반 지도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전격 회담했지만 철군 시한 연장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G7 유럽 국가들은 아프간 탈출을 원하는 이들 국가의 국민과 현지인 조력자들을 마지막 한 명까지 안전하게 빼내려면 미군의 주둔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연합군 관계자 및 조력자들 일부는 여전히 카불에 발이 묶인 상태다. 영국의 경우 자국민 1800명과 영국 정착 자격이 있는 아프간인 2200여 명 등 모두 4000명, 독일은 5000여 명이 남아 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교장관은 “영국은 탈레반이 영국민 피란을 위협할 경우 경제 제재, 원조 중단 등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능한 한 31일로 돼 있는 철군 시한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로리 브리스토 주아프간 영국대사는 최근 “카불 공항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했다. 서방국들이 시한을 넘겨 9월까지 계속 남아 있으면 탈레반이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