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년간 240조 투자]반도체-바이오-차세대통신 미래 초점
“향후 3년은 새로운 미래 질서가 재편되는 시기가 될 것이다.”
24일 삼성은 올해부터 2023년까지 240조 원, 4만 명에 이르는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 및 고용 계획을 발표하며 이같이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은 “한국 경제의 안전판이자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인 반도체 산업은 각국의 견제가 심해지며 비상 상황에 놓여 있다”라며 “이번 발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삼성의 생존 전략이면서 투자와 고용, 상생을 통해 한국 경제 전반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삼성 측이 앞서 “3년 안에 유의미한 인수합병(M&A)을 할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최대 규모의 투자액을 활용한 M&A 결정도 곧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반도체 패권 경쟁, 선제적 투자로 뚫는다”
삼성은 첫 번째 전략사업으로 반도체를 꼽았다.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사업 부문에서 기술은 물론이고 원가 경쟁력 격차를 확보해 절대 우위를 이끌어 가겠다고 밝혔다. 시스템반도체는 선단공정 적기 개발 및 투자를 통해 혁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조 원을 들여 짓게 될 미국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부지 선정을 앞두고 있다. 신규 공장 투자 계획 발표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측은 “메모리는 단기 시장 변화보다는 중장기 수요 대응에 초점을 맞춰 연구개발(R&D)과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고 시스템반도체는 기존의 투자 계획을 적극적으로 집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한 번의 투자 결정에 수십조 원이 쓰이는 반도체는 총수 부재라는 경영 리스크의 악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사업 분야”라며 “악재를 털어낸 삼성은 대규모 선제 투자를 통해 2030년 시스템반도체 분야 1위 목표를 위한 행보를 비로소 재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 신화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이끄는 바이오산업은 제2의 반도체 신화로 본격적으로 육성한다. 삼성 측은 이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바이오산업은 고부가 지식산업을 넘어 국가 안보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바이오 주권 확보가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고, 자국 내 바이오 생산 시설 존재 여부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은 우선 삼성바이오로직스 5·6공장 건설을 통해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생산 허브로서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백신 및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차세대 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에도 신규 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말 단일 공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제4공장이 완공돼 부분 생산을 시작하면 생산 능력이 62만 L로 올라 전 세계 위탁생산(CMO) 기업 중 최대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 밖에도 삼성은 6세대(6G) 등 차세대 통신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통신망 기술 관련 핵심 인력 확보 및 R&D 투자 확대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또 인공지능(AI), 로봇 등 미래 신기술과 신사업 R&D 역량도 강화해 4차 산업혁명 주도권을 선도할 계획이다.
○ “혁신 생태계 구성”
우선 삼성은 산학협력과 기초과학·원천기술 R&D 지원을 위해 3년 동안 3500억 원을 지원한다. 또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산학과제와 박사급 인력 양성을 지원하고, 반도체 및 차세대 통신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인재 인프라’ 구축을 위해 주요 대학과 반도체 통신 분야 전공을 신설하기로 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