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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폭행해 숨지게 한 남친, 응급구조사였다” 유가족, 의문 제기

입력 | 2021-08-25 10:37:00

가해자, 119에 허위 신고…유가족 “골든타임 놓쳐”



해당 국민청원글 캡처 


건장한 30대 남성이 주변에 ‘연인 관계’임을 알렸다는 이유로 자신의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에 대해 ‘살인 의도’가 있다며 유가족 측은 국민청원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딸의 엄마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피해자의 친모라고 밝힌 청원인은 “2021년 7월 25일 새벽 2시 50분경, 딸의 오피스텔 1층 외부 통로와 엘리베이터 앞을 오가며 머리와 배에 폭행을 일삼았다”며 “머리를 잡고 벽으로 수차례 밀쳐 넘어뜨리고, 쓰러진 딸 위에 올라타 무릎으로 짓누르고, 머리에 주먹을 휘두르는 등 도저히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없는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119가 도착했을 때 딸은 이미 심정지 상태로 머리에서 피가 많이 흘러내리고 있었다”며 뇌출혈이 심해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인공호흡기를 달아 놓은 채로 중환자실에서 3주를 버티다 사망했다고 전했다.

가해자에 따르면 자신과의 ‘연인 관계’를 주변인에게 알렸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더불어 가해자는 ‘고의가 아니었다’ 주장으로만 일관할 뿐 여전히 거리를 돌아다니며 아무 일 없듯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청원인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어떻게 건장한 30대 남자의 힘이 연약한 26세 여자를 해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인 지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당시 가해자는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보유했기 때문에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빠른 119 신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했을 것이라고 청원인은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가해자는 장소를 옮긴 뒤 한참 지나서야 119에 허위 신고를 해 골든타임을 놓치게 했다고 한다.

청원인은 “응급구조 노력을 하기는커녕 정신을 잃고 숨도 쉬지 않는 딸을 끌고 다니며 바닥에 일부러 머리를 떨어뜨리는 행동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술에 취해 스스로 넘어졌다는 허위 신고를 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이런 행동은 살인 의도가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또다시 이대로 넘어간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나고 억울하게 죽어갈 것”이라며 “아이나 여성 등 약자에게 가하는 폭력은 곧 살인과 다름없다. 여성을 무참히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의 구속수사와 신상 공개를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끝으로 청원인은 “연인 관계에서 사회적 약자를 폭행하는 범죄에 대해 엄벌하는 데이트폭력가중처벌법 신설을 촉구한다. 더 이상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경찰은 남성을 상해 혐의로 입건하고 지난달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도주 가능성이 낮고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현재 경찰은 폭행과 피해자 사망 인과관계를 조사한 뒤 남성의 혐의를 변경해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이 청원은 25일 오전 10시 25분 기준 6만 3735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해당 청원글은 사전 동의 100명을 넘겨 관리자가 검토 중인 단계로, 별도 URL로 접속해야만 확인할 수 있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