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 2021.7.20/뉴스1 © News1
정부는 이번 ‘아프간 사태’에 따른 대규모 피란민 수용 문제에 대해선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지만, 그동안 우리 정부·기관의 아프간 현지 활동에 관여했던 이른바 ‘조력자’들에 대해서만큼은 최대한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이들의 국내 이송을 결정했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군 당국은 현재 공군 수송기 3대를 아프간 현지로 파견한 상태다.
따라서 다른 피란민들과 달리 대부분 신원이 ‘확인’된 사람들이란 게 당국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최종문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들 아프간 현지인이 “난민이 아닌 ‘특별공로자’로서 국내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 당국은 당초 420여명의 국내 이송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져 최근 현지 상황 악화로 다른 40여명과의 연락이 두절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가 아프간과 처음 외교관계를 맺은 건 지난 1973년 3월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1978년 9월 아프간에 공산정권이 들어서자 국교를 단절했다가 1990년대 탈레반 정권을 지나 2002년 과도정부가 수립되면서 아프간과의 국교를 재개했다.
이 과정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는 2001년 ‘9·11테러’를 계기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탈레반 정권이 ‘9·11테러’ 주모자 오사마 빈 라덴을 보호하고 있단 이유로 그해 10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동맹국과 함께 아프간을 침공했고, 우리 정부에도 지원을 요청했다.
이처럼 우리 군의 아프간 파병은 비전투부대 위주로 이뤄졌지만 ‘희생’도 있었다. 2007년 2월 아프간 수도 카불 북쪽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주둔 중이던 다산부대 윤장호 하사가 탈레반의 폭탄테러로 전사했고, 같은 해 7월엔 우리 국민(기독교 선교단) 23명 탈레반에 납치돼 이 가운데 2명이 살해당한 ‘샘물교회’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 뒤 우리 정부는 2007년 12월 아프간에 주둔 중이던 군부대를 철수토록 했고, 이후 아프간을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해 관리해왔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아프간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 등 정부 차원의 지원 노력은 계속됐다. 외교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의 각종 아프간 지원액은 1991~2020년 기간 총 10억400만달러(약 1조1700억원·파병 비용 제외)에 이른다.
특히 2011~14년엔 코이카를 포함한 우리 정부의 아프간 PRT가 파르반주 차리카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각종 행정재건 및 개발원조사업을 추진했고, 병원과 직업훈련원도 만들어 운영했다. 또 군에선 전투부대 중심의 ‘오쉬노부대’를 파병해 이들 PRT 활동 등을 보호토록 했다.
그러나 최근 탈레반이 아프간을 다시 장악하면서 그동안 서방국가들의 재건 사업에 참여했던 현지인 조력자들이 신변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 정부는 이미 이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조치에 착수한 상황. 우리 정부도 이를 감안해 아프간에서 현지인 조력자들의 탈출을 돕기로 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최종문 외교부 제2차관이 25일 오전 아프가니스탄 현지인 조력자 국내 이송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8.25/뉴스1 © News1
이에 따라 지난 17일부로 인근 카타르로 전원 철수했던 아프간 주재 우리 공관원 가운데 일부가 22일 다시 카불로 들어갔고, 현재 우방국의 협조를 얻어 조력자들을 중간 기착지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이송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가 이처럼 자국을 탈출하려는 제3국 현지인 수백명을 인도적 차원에서 국내로 이송하기로 결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 차관은 “정부는 우리와 함께 일한 동료들이 처한 심각한 상황에 대한 도의적 책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책임, 인권 선진국으로서의 국제적 위상 등을 감안해 이들의 국내 수용 방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아프간 현지인 조력자들을 태운 수송기는 26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