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아프간 마약이 중국으로 재유입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중국은 아프간에서 양귀비를 재배하는 농민들에게 대체 작물을 제공하는 등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도했다. 또 마약 사범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사형을 구형할 정도로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이 아프간 탈레반과 협력하려면 마약 문제 해결이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 놨다. 중국은 1839년 영국과 아편전쟁에서 패한 뒤 몰락의 길을 걸었다. 이 때문에 지금도 초등학교부터 아편전쟁을 ‘치욕의 시발점’으로 교육하는 등 마약에 대해서만큼은 ‘절대 악’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아프간은 세계 최대 규모 양귀비 재배 국가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도쿄올림픽 개회식 당시 아프간 선수단이 입장할 때 한국의 한 방송사가 양귀비를 자료 화면으로 사용해 논란이 일 정도다.
과거 미군이 주둔할 당시 아프간 정부와 미군은 양귀비 재배와 마약 유통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덕분에 중국은 아프간 마약이 중국에 대량 유입되는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은 ‘아프간 마약’의 중국 유입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탈레반은 이런 중국의 우려를 염두에 둔 듯, 수도 카불을 점령한 뒤 양귀비 재배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탈레반에 대한 국제적인 제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경우 다시 마약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미 선진 7개국(G7)은 이미 탈레반에 대한 새로운 경제적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SCMP는 뤄이(羅毅) 스촨대학 역사학과 교수의 학술논문 자료를 인용해 “중국이 아프간에서 양귀비 재배와 마약 제조 및 밀수를 억제할 수 없다면 중국의 안보에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역점을 둔 일대일로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SCMP는 또 중국은 아프간 농민들에게 양귀비 대신 수익이 될 수 있는 대체 작물을 제공하거나, 중국의 탈빈곤 역량을 전수하는 등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