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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꺼내 든 사전청약 확대 카드…패닉바잉 잠재울까

입력 | 2021-08-25 16:12:00


정부가 사전청약 물량을 6만2000가구에서 16만3000가구로 대폭 늘리고 민간 아파트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은 ‘패닉바잉’(공포 구매)에 나서고 있는 젊은 층의 주거 불안 우려를 달래기 위한 것이다. 이번 사전청약 확대가 실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달래는 데 효과를 발휘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2024년 상반기까지 신규로 사전청약 10만1000가구를 추가로 실시하는 내용의 ‘사전청약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사전청약제도는 본 청약 1~2년 전에 미리 청약을 진행해 입주자를 선정하는 제도다. 사전 청약 당첨자는 본 청약이 실시될 때까지 자격 요건만 유지하면 본 청약에서 당첨이 확정된다.

정부는 당초 사전청약 계획 물량 6만2000가구(2021년 3만2000가구, 2022년 3만 가구)에 더해 추가로 10만1000가구를 확보해 2024년까지 총 16만3000가구를 사전청약을 통해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번에 새로 추가한 물량 10만1000가구는 공공택지 내 민간시행 사업 8만7000가구, 도심 공공복합사업 등 3080 플러스 사업(2·4 공급대책) 1만4000가구 등으로 구성됐다.

그동안 공공이 공공택지에서 짓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추진해 온 사전청약을 민간 아파트에도 도입한 것이 이번 방안의 핵심이다. 당장 올해 하반기에 6000가구를 내놓는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민간 시행사업은 중대형 평형 비중이 공공분양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지난달 공공 1차 사전청약에서는 전체 물량 중 30평형 대 물량 비중이 1.5%로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일부 주택형의 경우 경쟁률이 381대 1로 치솟은 바 있다.

민간 시행사업의 사전청약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중대형 평형 물량이 늘어날 수 있는데다 민간 브랜드 아파트가 공급되는 만큼 수요자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이처럼 정부가 사전청약 물량을 대폭 늘리고 민간 참여를 도입한 것은 청약 대기자의 주거 불안 심리를 덜어주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최근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30대의 패닉 바잉도 잠재우고, 궁극적으로 집값 안정화를 도모하겠다는 목적이 강하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사전청약 물량을 9000가구에서 3만200가구로 늘렸고, 다시 2000가구를 추가해 3만2000가구로 확대했다. 집값 불안이 계속될 때마다 사전청약 물량을 늘려온 것이다.

최근 서울 집값은 각종 공급정책에도 불구하고 7월 넷째 주(0.18%)에 이어 8월 첫째 주(0.20%), 둘째 주(0.20%), 셋째 주(0.21%)까지 심상치 않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다시 한 번 사전청약 카드를 꺼내든 것은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 대한 위기의식이 녹아들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성원 국토부 제1차관은 “국민들이 공급효과를 조기에 체감하실 수 있도록 사전청약 등을 통해 공급시점을 최대한 앞당겨 불안 심리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주택 공급 확대가 시장 안정의 초석이라는 비상한 각오로 보다 많은 국민 여러분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늘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사전청약 확대에 따른 일부 집값 안정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상당히 파격적인 행보”라며 “최근 지연되고 있는 수도권 분양상황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민간 청약 대기수요의 사전청약 흡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무주택 세대도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입지에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민간의 참여로 다양한 면적과 민간 브랜드의 참여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사전청약은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라며 “사전청약 당첨자를 중심으로 ‘조기 내 집 보유효과’가 나타나 매매시장 쏠림현상이 일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사전청약이 근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는 대책이 아닌 예약 시기만 당기는 것일 뿐이라 집값 안정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대차 시장으로 수요가 옮겨가면서 전세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사전청약 물량을 늘리면 장기적으로는 매매시장 전세시장을 안정화시킬 수는 있지만 당장 사전청약 조건을 갖추기 위해 전세에 눌러앉는 소유자들을 많이 발생시켜 전세난이 심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도 “예비청약에 당첨된 사람들은 전셋집에 더 살아야 하는데 지금 전세값이 올라가는 추세에서 전세시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전세시장 안정 대책이 같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매매시장의 수요는 일부 경감 되겠지만 실제 입주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적지 않기 때문에 임대시장에 가해지는 부하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의 경우 변수가 많아 제대로 사전청약이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함 랩장은 “민간에 매각된 공공택지와 달리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해야하는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은 혹시 모를 소송과 사업지연 변수도 있는 만큼 유연한 사전청약이 가능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3080 플러스 공공사업에 사전청약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해서 추진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신도시 신규택지와 달리 서울 등의 기존 도심은 이미 주거지역 등이 형성된 지역으로 여기는 토지와 건물 등의 소유권에 엮인 이해당사자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사업예정지의 전체 토지확보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사전청약이 이뤄지면 문제점들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