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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 욕심에 건강도 악화… 달리는 지금이 가장 행복”[양종구의 100세 건강]

입력 | 2021-08-26 03:00:00


최도열 국가발전정책연구원장이 연구실 근처인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달리고 있다. 2000년 각종 성인병을 없애기 위해 달리기 시작한 그는 22년째 달리며 건강을 회복했고, 활기차게 100세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양종구 논설위원

최도열 국가발전정책연구원장(69)은 제15대,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연거푸 낙선하면서 건강이 크게 악화됐다. 갑상샘과 전립샘에 문제가 생겼고 체중도 늘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 주치의였던 허갑범 연세대 의대 교수(별세)를 찾아갔더니 “성인병엔 걸으면 좋고 달리면 더 좋다”는 얘기를 듣고 마라톤에 관심을 가졌다. 그 무렵 1984년 제55회 동아마라톤 대회에서 국내 최초로 ‘마의 2시간 15분 벽’을 깬 이홍열 경희대 교수가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무료 마라톤 교실을 시작했다.

“2000년 7월 12일, 이홍열 교수가 마라톤 교실을 시작한 날 찾아가 달리기 시작했다. 어릴 때 태권도도 했고 이후 특공무술도 했기 때문에 초급반이 아닌 중급반에 갔다. 그런데 웬걸. 달리는 것은 완전히 달랐다.”

첫 훈련 때 300m도 못 가서 쓰러질 뻔했다.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천천히 거리를 늘려갔다. 500m, 700m, 1km, 5km…. 결국 10km도 넘어 하프코스까지 달렸다. 이 교수는 “최 원장님이 처음엔 자세가 엉망이었지만 끈기와 집념이 대단했다. 바른 자세로 달리는 법을 알려줬더니 꾸준하게 노력해 지금은 엘리트 선수들만큼 자세가 아주 좋다”고 했다. 최 원장은 2003년 11월 열린 중앙마라톤에서 처음으로 42.195km 풀코스를 완주했다. 3시간 53분 53초. 개인 최고기록이다. 지금까지 50회 넘게 풀코스를 완주했지만 이 기록을 넘어서진 못하고 있다. 첫 풀코스 완주 이후 즐기면서 달리기 때문에 기록에는 연연하지 않고 있다.

달리면서부터 그의 하루는 운동으로 시작한다. 잠에서 깨자마자 그 자리에서 맨손체조로 몸을 일깨운다. 모든 관절을 돌려주고 스트레칭까지 마치고 발목 펌핑(아킬레스힘줄을 톡톡 때려주는 동작)과 스쾃, 플랭크, 팔굽혀펴기까지 한다. 스쾃은 하루 100∼200개, 팔굽혀펴기도 100개 넘게 한다. 출퇴근하며 매일 하루 3000보 이상 걷는다. 그리고 평일 2, 3회 10∼12km, 주말엔 15∼20km를 달리고 있다. 한 달 평균 300km를 걷거나 달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대회가 없어졌지만 마라톤 풀코스 대회를 앞두고는 한 달에 400km를 넘게 달린다.

달리면서 건강도 얻고 자신감도 얻었다. 건강검진에서 어떤 이상 증세도 나오지 않았고 체중도 10kg이 넘게 빠졌다. 한때 85kg까지 나갔지만 지금은 70∼72kg을 유지하고 있다.

“풀코스를 달리고 나니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해졌다. 한때 정치적인 야심도 있었지만 다 부질없다. 있는 재산 다 날리고 건강까지 악화됐다. 지금은 그 누구보다 건강하다. 이런 게 행복 아닌가.”

최 원장은 대한민국 100대 명산에도 오르고 있다. 그는 “한 달에 한두 번은 친구들과 산행을 한다. 새벽 일찍 나서 산을 오르고 저녁에 돌아오는 일정, 아니면 전날 오후 10시에 출발해 새벽 3, 4시에 산행을 하는 무박 등반도 한다. 건강을 되찾은 뒤 어떤 산도 쉽게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설악산, 치악산 등 5대 악산을 포함해 지금까지 50개 넘는 명산을 올랐다.

1980년대 전국 청년대표로 고 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민주화 운동을 했던 최 원장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뒤에는 공부에 전념했다. 민주국민당 사무총장도 지낸 그는 2005년 2월 숭실대에서 행정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주로 학계에서 후진 양성과 강연, 연구에 집중했다.

최 원장은 2010년 교통사고로 10개월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역경에 처하기도 했다. 힘겨웠지만 그동안 열심히 운동한 덕택에 잘 버텼고 다시 달릴 수 있었다. 최 원장은 “몸이 사고로 망가지니 회복하기 쉽지 않았다. 처음 달리듯 초보자의 자세로 천천히 거리를 늘려 원상 복귀했다”고 했다. 그는 요즘은 풀코스를 4시간 30분 안팎에 달린다. 2019년 풀코스를 달린 뒤 공식 대회를 달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혼자만의 레이스를 멈추지 않고 있다.

최 원장은 만 80세까지는 풀코스를 완주할 계획이다. 그는 “100세 시대, 얼마나 살지는 모르지만 이 정도는 잡아야 80대에 하프, 90대에 10km를 달릴 수 있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그에게 이제 달리기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