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도열 국가발전정책연구원장이 연구실 근처인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달리고 있다. 2000년 각종 성인병을 없애기 위해 달리기 시작한 그는 22년째 달리며 건강을 회복했고, 활기차게 100세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양종구 논설위원
“2000년 7월 12일, 이홍열 교수가 마라톤 교실을 시작한 날 찾아가 달리기 시작했다. 어릴 때 태권도도 했고 이후 특공무술도 했기 때문에 초급반이 아닌 중급반에 갔다. 그런데 웬걸. 달리는 것은 완전히 달랐다.”
첫 훈련 때 300m도 못 가서 쓰러질 뻔했다.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천천히 거리를 늘려갔다. 500m, 700m, 1km, 5km…. 결국 10km도 넘어 하프코스까지 달렸다. 이 교수는 “최 원장님이 처음엔 자세가 엉망이었지만 끈기와 집념이 대단했다. 바른 자세로 달리는 법을 알려줬더니 꾸준하게 노력해 지금은 엘리트 선수들만큼 자세가 아주 좋다”고 했다. 최 원장은 2003년 11월 열린 중앙마라톤에서 처음으로 42.195km 풀코스를 완주했다. 3시간 53분 53초. 개인 최고기록이다. 지금까지 50회 넘게 풀코스를 완주했지만 이 기록을 넘어서진 못하고 있다. 첫 풀코스 완주 이후 즐기면서 달리기 때문에 기록에는 연연하지 않고 있다.
달리면서 건강도 얻고 자신감도 얻었다. 건강검진에서 어떤 이상 증세도 나오지 않았고 체중도 10kg이 넘게 빠졌다. 한때 85kg까지 나갔지만 지금은 70∼72kg을 유지하고 있다.
“풀코스를 달리고 나니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해졌다. 한때 정치적인 야심도 있었지만 다 부질없다. 있는 재산 다 날리고 건강까지 악화됐다. 지금은 그 누구보다 건강하다. 이런 게 행복 아닌가.”
최 원장은 대한민국 100대 명산에도 오르고 있다. 그는 “한 달에 한두 번은 친구들과 산행을 한다. 새벽 일찍 나서 산을 오르고 저녁에 돌아오는 일정, 아니면 전날 오후 10시에 출발해 새벽 3, 4시에 산행을 하는 무박 등반도 한다. 건강을 되찾은 뒤 어떤 산도 쉽게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설악산, 치악산 등 5대 악산을 포함해 지금까지 50개 넘는 명산을 올랐다.
1980년대 전국 청년대표로 고 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민주화 운동을 했던 최 원장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뒤에는 공부에 전념했다. 민주국민당 사무총장도 지낸 그는 2005년 2월 숭실대에서 행정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주로 학계에서 후진 양성과 강연, 연구에 집중했다.
최 원장은 만 80세까지는 풀코스를 완주할 계획이다. 그는 “100세 시대, 얼마나 살지는 모르지만 이 정도는 잡아야 80대에 하프, 90대에 10km를 달릴 수 있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그에게 이제 달리기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