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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엔 독자가 해석할 공간 많아 삶에 지친 어른에게도 필요하지요”

입력 | 2021-08-26 03:00:00

[덕후의 비밀노트]‘어른용 그림책 서점’ 운영 정해심씨
그림책도 유행 타… 요즘 유럽책 인기
2030세대들에겐 ‘키오스크’ 추천



정해심 작가는 “낭독회가 그림책을 읽는 가장 좋은 방식”이라며 “글은 낭독자가 읽도록 하고 그림에 집중하면 글을 좇을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고 말했다.정해심 씨 제공


대학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사서로 일하며 접한 그림책을 아주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결혼 후 유치원생 아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다 가사노동과 육아에 지친 자신의 마음이 치유되는 걸 느꼈다. 이후 4년간 그림책 낭독 모임에 참석하며 그림책 애독자가 됐지만 그뿐이었다. 상담심리학을 깊이 배우고 싶어 대학원 입학을 준비하던 찰나 갑상샘에 문제가 생겨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그때 두 가지 생각이 스쳤다. ‘글을 써야겠다.’ 그리고 ‘책방을 내야겠다, 그림책방으로.’

2017년 서울 성동구에 ‘카모메 그림책방’을 연 정해심 씨(45)가 그림책 ‘덕후’로 거듭난 과정이다. 그는 최근 출간한 에세이 ‘오늘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삽니다’(호호아)에서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파는 책방지기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진솔하게 풀어놓았다. 그를 25일 카모메 그림책방에서 만났다.

―문학작품과 그림책의 매력이 어떤 점에서 차별화되나.

“그림책은 ‘빈 공간이 많다’고 표현하고 싶다. 서사를 그림으로 전달하는 부분이 많아 독자가 해석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진다. 활자화된 글을 읽다 보면 내 생각의 저변을 확대하기보다 저자의 생각을 흡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그림책은 하나의 이야기로 독자들이 느끼는 점이 매우 다양하다.”

―무엇을 기준으로 그림책을 고르나.

“그림책도 서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그림이 얼마나 예쁜지를 살피지는 않는다. 그림책을 오랫동안 보면 ‘우정’ ‘용기’ 등 어린이 책에 자주 나오는 소재들을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는지 경향을 알게 된다. 같은 소재를 갖고 책을 엮더라도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한 그림책이라면 고르게 된다.”

―그림책에도 트렌드가 있나.


“물론 있다. 15년 전에는 일본이나 영국, 미국 책들이 그림책 코너의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지금은 유럽 작가들의 책이 인기를 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우정에 대해 다루더라도 모든 친구와 친하게 지내는 결론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친했던 친구에게 다른 친구가 생겨도 상처받지 않고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런 책들이 어른에게도 위로와 교훈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맞다. 어린이를 타깃 독자로 둔 그림책에서도 위로를 받을 수 있지만 요즘은 아예 성인 독자를 염두에 둔 책도 많이 나온다. 만화책도 성인용이 있지 않나. 지금의 추세라면 어른을 위한 그림책도 좀 더 다양하게 출간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최근 나온 그림책 중에서는 라트비아 작가 아네테 멜레세의 ‘키오스크’(미래아이)를 2030세대에 추천한다. 자신의 한계나 상처가 오히려 자신을 특별하게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의 책이다.”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을 한 권 꼽는다면….

“일본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와 화가 와다 마코토가 1976년에 펴낸 그림책 ‘구덩이’(북뱅크)를 꼽고 싶다. 인간에게 자기만의 세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