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 어딨소]〈2〉넷플릭스서 공개 佛드라마 ‘뤼팽’ 총괄제작자-원작 번역가 인터뷰 ‘뤼팽’ 총괄 제작자-각본가 조지 케이 ‘뤼팽 전집’ 출간 번역가 성귀수 씨
드라마 ‘뤼팽’의 주인공 아산 디오프(오마르 시)는 흑인 남성 외모를 이용한 분장술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범행을 저지른다. 넷플릭스 제공
《평범한 보건교사가 젤리와 싸우며 학생들을 구하는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을 보고 판타지 소설에 빠진 적이 있나요?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서점으로 달려가 원작 소설을 산 경험은 없나요? ‘영감(靈感) 어딨소’는 원작과 이를 영상화한 작품을 함께 소개합니다. 이 원작이 왜 영상화됐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이 바뀌었는지 살펴보며 작품을 보다 풍성하게 들여다봅니다.》
1905년 프랑스를 뒤흔든 괴도 신사가 나타난다. 프랑스 작가 모리스 르블랑(1864∼1941)이 쓴 소설의 주인공 아르센 뤼팽. 하얗고 갸름한 얼굴에 외눈안경을 걸친 그는 변장술을 자유자재로 쓰며 삼엄한 경비를 뚫고 목걸이를 훔친다.
한 세기가 지나 같은 이름의 흑인 남성이 등장한다. 소설 속 뤼팽과 생김새는 딴판이지만 범행 방식은 그대로다. 올해 1, 6월 넷플릭스를 통해 시즌 1, 2가 공개된 프랑스 드라마 ‘뤼팽’은 르블랑의 원작소설을 재해석했다.
드라마 흥행 배경에는 고전(古典)의 무게감이 한몫했다. 프랑스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을 원작으로 한 만큼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유리했다. 성 씨는 “드라마 제작진이 촬영 허가를 잘 내주지 않기로 유명한 파리 루브르 박물관과 지하 납골당(카타콤)에서 촬영할 수 있었던 것도 원작의 명성 덕분”이라며 “영국 작가 아서 코넌 도일(1859∼1930)이 1892년 펴낸 ‘셜록 홈스’가 2010년 영국 BBC 드라마 ‘셜록’으로 재탄생한 뒤 성공을 거둔 방식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드라마는 원작소설을 그대로 옮기지 않았다. 원작은 이미 영상화된 게 수십 편에 달하기에 차별화가 필요했다. 드라마 제작진은 작품 배경을 현대로 옮기면서 원작의 백인 남성이 아닌 흑인 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성 씨는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이라는 현대 프랑스의 논쟁거리를 파고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케이는 “지금 프랑스의 현실은 원작의 시대 상황과 다르기에 원작을 그대로 영상화하지 않았다”며 “현대의 뤼팽은 어떤 모습일지, 뤼팽의 특징을 가진 현대적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어떻게 빠져들 수 있을지,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했을 때 현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강조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