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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탈레반 자금줄 ‘아프간 마약’ 경계령

입력 | 2021-08-26 03:00:00

“탈레반과 협력” 속 마약 유입 우려
아프간, 세계 양귀비 재배지 87% 차지
탈레반, 아편 제조-밀수로 年2조 수입
SCMP “아프간마약, 中안보에 위협적”




서방국들과는 달리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과 협력할 의사가 있음을 반복적으로 알리고 있는 중국이 탈레반의 집권으로 아프간 마약이 자국에 유입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 세계 양귀비 재배지의 약 87%가 아프간 땅에 있다. 탈레반이 마약 제조와 유통으로 통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양제츠(楊潔지)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24일 화상회의에서 “정치적 해결이 아프간 사태의 유일한 출구”라며 “국제사회는 아프간 국민의 의지와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20년 만에 다시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을 이 지역 지배 세력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네덜란드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탈레반 통치 아래로 들어간 아프간에 대한 제재 움직임을 보이는 일부 서방국을 비판했다. 아프간의 정국 혼란을 수습하는 게 우선이고 제재는 그 뒤라는 것이다. 왕 부장은 “지금의 사태를 초래한 미국이 아프간을 그냥 떠나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관영 매체 환추시보는 최근 왕위(王愚) 아프간 주재 중국대사 일행이 수도 카불에서 탈레반 고위층과 만나 아프간 정세와 양측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도 전했다.

이런 정치적 입장과는 별개로 탈레반과 연계된 아프간 마약은 중국에 큰 골칫거리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아프간 마약산업이 중국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사업 ‘일대일로(一帶一路)’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특히 아프간 인접국 중 가장 부유하고 인구도 많아 아프간 마약의 종착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세계 각국이 테러단체로 지정한 탈레반은 자금난 해소를 위해 점령지역에서 양귀비를 많이 재배했다. 이를 통해 아편을 만들었고 국내외 밀수를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탈레반이 마약으로 연간 최대 21억 달러(약 2조4486억 원)를 벌어들인다고 추산했다.

탈레반은 국제사회의 우려를 감안한 듯 수도 카불을 점령한 뒤 “양귀비 재배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프간 경제구조가 워낙 낙후된 데다 서방의 제재가 시작되면 탈레반이 마약 산업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SCMP는 “중국이 가난한 아프간 농민들에게 양귀비 대신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대체 작물을 제공하거나, 중국의 탈빈곤 역량을 전수해야 한다”며 이런 노력을 기울여야 아프간 마약이 중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