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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헌 74조…이준석·윤석열, ‘갈등’ 불씨 살아 있다 [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입력 | 2021-08-26 11:23:00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통령 후보자는 선출된 날부터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하여 가진다.”

국민의힘 당헌 제74조에 따라 11월 9일 선출된 대선 후보는 당무와 관련해 전권을 행사하게 된다. 대선이 치러지는 내년 3월 9일까지 선거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사실상 대선 후보가 당 대표 지위를 겸하게 되는 셈이다.

최근 이준석 당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갈등도 이 대표의 실질적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보수 정당인 제1야당의 권력이 이 대표에게 있지만 대선을 앞두고 힘의 무게추가 유력 대선 주자인 윤 전 총장에게 기울어지면서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6월 11일 전당대회에서 헌정 사상 원내 교섭단체 최초의 30대, 원외 인사로 당 대표에 오른 이 대표의 임기는 2년이지만 2개월여 뒤면 당헌 규정에 따라 대선 때까지 당을 대표하는 얼굴은 사실상 대통령 후보로 바뀌게 된다.

지난달 30일 당 밖 유력 대선 주자였던 윤 전 총장이 입당할 때만 해도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버스’가 순조롭게 출발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윤 전 총장 대선 캠프에서 나온 ‘당 대표 탄핵’ 가능성 발언과 ‘이준석 대표는 사퇴 후 유승민 캠프로 가라’ 등 돌출 발언과 캠프 관계자들을 인용한 ‘비상대책위원회 추진’ 언론 보도 등이 나오면서 윤 전 총장과 이 대표의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갑자기 버스 운전대를 뽑아갔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고, 윤 전 총장은 비대위 추진설과 관련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황당무계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일단 이 대표는 당 안팎에서 비난 여론이 들끓자 23일 “모든 분란과 당내 다소간의 오해가 발생했던 지점에 대해서 국민과 당원께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사태를 수습하는 태도를 취했다. 윤 전 총장도 25일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먼저 당의 단합과 통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의 갈등이 대선 주자 간 갈등으로 전환되는 등 여진은 이어지는 모습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와 유승민 전 의원 등 다른 주자들이 이 대표를 흔들고 있다며 윤 전 총장을 비판한 것으로 당 내홍이 좀처럼 진화되지 않는 분위기다.

정치권 안팎에선 당 대표로서 경선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이 대표와 유력 대선 주자로서 입지를 다지려는 윤 전 총장 측의 힘겨루기는 다음달 본격적으로 경선이 시작되면 다시 점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의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최재형, 박찬주, 안상수, 장성민, 원희룡, 하태경, 황교안, 박진, 장기표, 유승민, 홍준표 예비후보.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은 26일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킨다.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선관위원장으로 임명된 당 선관위는 후보 선출까지 경선을 관리하게 된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은 경선 선거관리위원회가 출범하는 날”이라며 “지금까지 갈등을 딛고 공정하고 흥행할 수 있는 그런 대통령 후보자 경선이 진행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선관위가 이날 출범하면서 ‘역선택 방지 조항’ 등 경선 방식을 놓고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은 이달 30일과 31일 이틀간 경선 후보 등록을 받을 예정이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