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업계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미국 반도체 기업 웨스턴디지털의 일본 키옥시아 인수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반도체 업계 고위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23조 원대 규모에 달하는 이번 ‘빅딜’이 성사된다면 미국의 반도체 굴기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또 한 차례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WSJ는 해당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웨스턴디지털은 일본 키옥시아와 200억 달러(약 23조3000억 원) 규모의 인수합병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르면 9월 중순경 협상이 타결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워싱턴도 (이 과정에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딜은 미국의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 및 중국에 대한 경쟁력 확보 전략에 걸맞는다”고 분석했다.
평택캠퍼스 P2 라인 전경. (삼성전자 제공) 2020.6.1/뉴스1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SK하이닉스는 10조3000억 원을 투자해 인텔의 낸드 사업부 인수에 나서면서 낸드 시장 주도권 싸움의 신호탄을 쐈다. SK하이닉스가 올해 말까지 인텔 낸드 부문 인수를 마무리하면 단숨에 낸드 시장 점유율 19.6%를 기록하며 2위에 올라서게 된다. 당초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인수가 완료되면 한국 반도체 기업의 D램, 낸드 ‘쌍끌이’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었다.
SK하이닉스 M16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2021.2.1/뉴스1
WSJ은 다만 이날 기준 시장가치가 약 190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는 웨스턴디지털이 23조 원에 달하는 규모의 합병 거래를 완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보장이 없으며 키옥시아는 당초 밝혀온 대로 기업공개(IPO)에 나서거나 다른 회사와의 합병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합병이 최종 성사되려면 일본과 중국 등 관련 당국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점도 변수다. 사실상 일본에 남은 마지막 대형 반도체 기업인 키옥시아의 매각을 일본 정부가 승인할 것인지, 미국 반도체 굴기에 대해 중국 당국이 좌시할 것인지 여부가 남아있는 셈이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