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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부동산도 전수조사” 野후보들 동의…검증판 커진다

입력 | 2021-08-26 17:31:00


국민권익위원회의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의혹 조사에 따른 국민의힘 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모습이다. 당 지도부로부터 탈당을 요구받은 5명의 의원들은 “지도부가 공정과 정의, 상식을 파괴했다”고 반발하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야권에선 “이번 기회에 여야 대선주자의 부동산도 전수조사를 하자”는 요구가 나오고 있어 차기 대선 국면의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 버티기 들어간 의원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뉴스1 © News1

국민의힘 강기윤 이철규 의원은 26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자신들을 향해 내려진 탈당 요구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강 의원은 본인 소유의 과수원 토지 보상금을 과다 지급받은 의혹, 이 의원은 딸에게 아파트를 편법으로 증여했다는 의혹을 각각 받고 있다.

이에 이준석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대선 승리를 위해 모두가 합심하고 ‘선당후사’의 정신을 발휘하는 것”이라며 “지도부와 싸울 일은 뒤로 하시고 권익위와 다투는 것을 첫 번째로 하시라”고 두 의원의 요청을 거부했다.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서도 “탈당 요구 조치에 대한 재논의 계획은 현재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최고위가 권익위 결정을 부당하다고 비판하면서 탈당 요구를 받아들이라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며 “지도부는 오늘 공정과 정의, 상식을 파괴했다”라고 반발했다. 그는 당직과 윤석열 캠프 조직본부장직은 사퇴하면서도 “평의원으로 돌아가 최고위의 부당하고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겠다”며 탈당 거부의 뜻은 분명히 했다. 강 의원 역시 탈당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의원 외 이주환 정찬민 최춘식 의원은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당 내에선 이들도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다. 최고의의 탈당 요구는 징계 처분이 아니라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고위의 요구는 정치적 결정일 뿐”이라며 “당 윤리위 징계만 받지 않는다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처럼 안 나가고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탈당 요구를 거부하는 의원들에 대한 윤리위 징계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이날 “대선후보 경선 지원을 위해 2, 3주 전부터 윤리위를 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당규에 따르면 당원에 대한 징계는 제명, 탈당권유 등으로 나뉘며 윤리위원회에서 내리게 된다. 만약 탈당권유 징계를 받은 당원이 열흘 내에 탈당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바로 제명된다.

● “대선후보 부동산도 조사” 요구 확산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이 25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 나란히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최재형, 박찬주, 안상수, 장성민, 원희룡, 하태경, 황교안, 박 진, 장기표, 유승민, 홍준표 예비후보. 2021.8.25/뉴스1 © News1

권익위 조사를 계기로 대선 후보들에 대한 부동산 전수조사 요구도 본격화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전수조사에 일제히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25일 CBS라디오에서 홍준표 의원이 “국회의원도 전수 조사하는 판에 대통령을 하겠다는 분들은 본인뿐 아니라 가족도 전부 다 부동산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제안하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뭐 얼마든지, 불응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왜 부동산만 하느냐”며 예금과 주식도 검증하자고 했다.

여권 주자들도 동의하고 나섰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선 주자도) 당연히 검증 대상이 돼야 한다”며 “방법이 뭐든 (대권주자들은) 검증 대상”이라고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이날 “나중에 후보가 된 뒤 불거지면 국민도 참 난감하다”며 “(부동산 전수조사에) 응하는 게 후보들의 바른 태도”라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여야 대선주자 및 청와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제안하며 “권익위는 수사권이 없어서 조사에 한계가 있다.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 차원의 일괄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