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기자
최근 막을 내린 도쿄 올림픽은 일본이 공들여 온 수소경제의 발전상을 보여줄 이벤트로도 관심을 모았다. 아무래도 핵심은 수소로 전기를 만들어서 달리는 수소전기차였다. 수소전기차는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양산했지만 도요타 같은 일본 기업도 뒤지지 않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무관중으로 치러진 이번 올림픽에서 일본의 수소경제와 수소전기차는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수소전기차는 궁극의 친환경차로도 불린다. 내연기관차의 엔진에 해당하는 연료전지에서 수소로 전기를 만드는데 이때 배출되는 것은 순수한 물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이 이렇다 할 청사진을 못 보여준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아직 과제가 많은 기술이기도 하다.
친환경적으로 생산되는 수소가 사실상 거의 없다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쓰이는 수소는 화학·제철 공정에서 부산물로 만들어지는 부생수소와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를 고온·고압 수증기와 반응시켜 얻는 개질수소가 대부분이다. 탈탄소와는 거리가 있다.
이런 한계 속에 수소경제를 활성화하고 수소전기차를 보급하는 일은 인류 모두의 과제에 가깝다. 전기차 보급은 기존 전력망에 전기차 충전기를 ‘삽입’하는 등의 노력 정도로도 가능했다. 하지만 수소경제는 새로운 에너지원인 수소를 발전·수송·산업 등 에너지 인프라 곳곳에서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결국 에너지 대전환을 전제로 한다.
여기에는 긴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데 왜 그래야 하는 걸까. 탈탄소 물결 속에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비중이 커졌을 때 저장성이 떨어지는 전기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다는 것이 핵심적인 이유다. 사막에서의 태양광발전, 망망대해에서의 풍력발전으로 전기를 대량 생산하는 시대가 열려도 그 전기는 저장하기가 어렵다. 반면에 이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서 얻은 수소는 기체나 액체 형태로 저장할 수가 있다.
아직 비중이 작은 신재생에너지로 대량 생산한 수소가 중요한 에너지원이 되는 상황을 지금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수소경제의 기본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노력까지 폄하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수소전기차는 전기차의 단점을 잘 보완해주는 친환경차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에는 18만 대가량의 전기차가 보급됐다. 수소전기차 보급은 1만5000대 정도다. 2013년 처음 양산된 수소전기차는 전기차와 달리 갑작스러운 폭발이나 화재로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 누적된 도로 주행으로 안전성을 입증한 셈이다. 배터리보다 값이 싼 수소탱크를 늘리는 방식으로 주행거리를 쉽게 늘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