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날아온 외로운 기러기, 얕은 저수지조차 쳐다보지 못한다.
곁을 보니 물총새 한 쌍, 화려한 삼주수 나무에 둥지를 틀었다.
높디높은 진귀한 나무 꼭대기라도, 탄알의 두려움이 없지 않을 터.
이제 나는 아득히 하늘을 노니니, 화살 쏘는 자 어찌 넘볼 수 있으랴.
(孤鴻海上來, 池潢不敢顧. 側見雙翠鳥, 巢在三珠樹. 矯矯珍木전, 得無金丸懼. 美服患人指, 高明逼神惡. 今我遊冥冥, 익者何所慕.)
- ‘인생 소회’(감우·感遇)제4수·장구령(張九齡·678~740)
홀로 드넓은 바다를 건너온 기러기이지만 성곽을 둘러싼 얕은 저수지조차 쳐다보지 못하고 쭈뼛거린다. 거칠고 험난한 여정을 거친 터라 매사가 두렵고 조심스럽기만 하다. 힐끔 곁눈으로 보니 물총새 한 쌍이 삼주수(三珠樹) 꼭대기에 둥지를 틀었다. 전설 속 신성한 나무라 해도 그 위에서 화려한 깃털을 뽐내는 한 늘 탄환 세례의 위험이 뒤따른다. 예부터 좋은 옷을 입으면 남의 손가락질 받기 쉽고 유능한 자는 귀신의 시샘을 받는다지 않던가. 기러기는 다시 높은 창공을 유유히 노니는 꿈에 젖는다. 영화를 누리되 사냥꾼의 화살을 걱정하느니 외로울지언정 기꺼이 자유의 길을 선택한다.
재상으로서 당 현종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장구령이지만 주변의 질시 또한 만만치 않아 결국 지방관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정치와 관료 세계의 혼탁을 절감했던 그는 연작시 ‘감우 12수’에 그 소회를 담았다. 세상사 아무리 절정을 맛본다 해도 결국엔 부질없이 사그라지기 마련이라는 교훈을 물총새의 교만과 영화에 빗대어 경고하고 있다. 명리(名利)를 향한 집착을 나무라는 가운데 자신의 고립무원을 애써 자위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