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못다한 이야기] 태권도 67kg 초과급 은메달 이다빈
한국 태권도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사상 처음 ‘노 골드’에 그쳤다.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노 골드는 수모라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결과보다 과정을 눈여겨보기 시작한 사람들은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펼친 뒤 승자에게 ‘엄지 척’을 건네며 패자의 품격을 보인 이다빈(25·서울시청·사진)에게도 박수를 보냈다.
올림픽 태권도 종목이 끝나고 약 한 달. 최근 만난 이다빈은 “부모님이 계시는 울산에서 한 일주일 쉬고, ‘회사’가 있는 서울로 올라왔다. 그동안 친구들과 좋아하는 삼겹살을 먹으며 재충전했다”며 웃었다.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2연패를 한 ‘아시아 최강’이지만 도쿄 올림픽은 이다빈이 처음 밟은 올림픽 무대였다. 이다빈은 “첫 올림픽에서 메달을 얻어 기쁘기도 하지만 ‘부상이 없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재활이 끝나고 5월 말. 다시 출발선에 선 이다빈에게 의료진은 ‘다음’을 권유했다. 하지만 그는 더 독한 마음을 먹었다. 하루를 ‘새벽오전오후야간’으로 쪼갠 듯 안 쪼갠 듯 나눠 훈련 중독자처럼 훈련했다.
“누군가는 간절히 원해도 못 얻은 올림픽 출전권이잖아요. 새벽에 눈이 안 떠지려고 할 때 ‘나약한 생각을 하다니…’라고 스스로를 일으키며 더 열심히 훈련하고 그랬어요. 하하.”
매일 쓰는 훈련일지에도 ‘더 강하게’ ‘악착같이’ ‘공격적으로’ 같은 말을 새기며 이다빈은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몸을 만들었다.
이다빈이 2020 도쿄 올림픽 태권도 여자 67kg 초과급 4강전에서 비앙카 워크던(영국)에게 22-24로 뒤진 경기 종료 직전 머리에 발차기(3점)를 적중시키는 ‘버저비터’를 성공시키며 환호하고 있다. 지바=AP 뉴시스
3년 뒤 파리 올림픽에서의 목표는 금메달이다. 앞서 세계선수권(2019년), 아시아경기(2014년, 2018년), 아시아선수권(2016년, 2018년)을 제패한 이다빈은 올림픽 금메달만 추가하면 주요 4개 대회 우승을 지칭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이다빈은 “10월 전국체육대회, 내년 세계선수권과 아시아경기 등 중요한 관문이 있다. 3년 뒤를 준비한다고 생각하며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