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컴퓨터 연결 기술 소형화 바람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읽어내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에서 소형화 바람이 불고 있다. 치과에서 자연 치아 대신 임플란트를 심듯 초소형 전극을 뇌에 심어 신경세포의 신호를 읽어내는 ‘뇌 임플란트’ 기술이다. 최근 중증 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몸을 움직이게 하는 재활 치료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인 싱크론이 개발한 뉴로칩 ‘스텐트로드’는 심장 스텐트 시술처럼 뇌혈관에 뉴로칩을 넣어 신호를 포착한다. 싱크론 제공
싱크론은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뉴럴링크를 제치고 먼저 임상시험에 진입했다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뉴럴링크는 지난해 뇌에 뉴로칩을 이식한 뒤 두 달간 생활한 돼지를 공개한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뉴로칩을 이식하고 6주 만에 조이스틱 없이 생각만으로 비디오 게임을 하는 원숭이 ‘페이저’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머스크는 트위터에 “마비 환자가 엄지손가락으로 화면을 누르는 것보다 더 빨리 생각만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하반신 마비 환자도 다시 걸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미국 브라운대 연구진이 개발한 초소형 뉴로칩 ‘뉴로그레인’. 소금 알갱이 하나 정도로 매우 작다. 브라운대 제공
논문의 제1저자인 이지훈 박사후연구원은 e메일 인터뷰에서 “뉴로그레인은 초소형 뉴로칩 수십 개가 네트워크를 이뤄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게 특징”이라며 “최대 770개가 동시에 뇌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조만간 영장류의 뇌에 뉴로그레인을 이식해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크기를 더 줄인 뉴로그레인 개발도 시작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연구진은 페이스북과 공동으로 사람의 대뇌 피질에 뉴로칩을 심은 뒤 생각만으로 단어를 입력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UCSF 제공
페이스북은 근전도 신호를 읽어내는 손목 밴드를 개발해 증강현실(AR)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페이스북 유튜브 화면 캡처
국내에서는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산업현장에서 작업자의 신체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뇌파를 활용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김기범 한국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건설사업장 등 위험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가 쓰는 안전모 안쪽에 뇌파 측정 장치를 붙여 피로도, 집중력 저하 등을 모니터링해 사고를 예방하는 스마트 헬멧을 국내 스타트업과 개발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스마트 헬멧의 성능 확인 작업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