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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늦은 밤 지하철 2호선…당신의 스마트폰을 노린다

입력 | 2021-08-27 03:00:00

카드는 훔쳐도 쓰다가 걸리기 쉽고
현금 소지 줄자 지갑 대신 폰 노려
장물 처리도 쉬워 범행 크게 늘어
환승역-순환노선 승객 피해 많아




“지하철 좌석에서 술에 취해 잠들어 있는 사람을 타깃으로 정합니다. 그러곤 다른 승객들이 내릴 때까지 기다렸어요.”

지난해 12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열차 내에서 잠들어 있던 20대 남성의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훔친 혐의로 검거된 A 씨(39)는 경찰 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A 씨는 경찰이 훔친 스마트폰을 내놓으라고 하자 “알선책을 통해 장물업자에게 30만 원에 팔아넘겼다. 공중전화로 연락해 누군지는 모른다”고 했다.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 올해 2월 알선책 B 씨(48)를 검거한 데 이어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 출구 앞에서 장물업자 C 씨를 체포했다. B 씨는 절도 및 장물 범죄로 전과 34범, C 씨는 전과 7범이었다. 절도범 A 씨까지 포함해 일당 3명의 전과를 합하면 46범이다.

야간에 술에 취한 채 지하철에 탄 승객이나 좌석에서 잠들어 있는 승객의 휴대전화를 훔쳐 달아나는 소매치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금 사용이 줄고 카드는 훔쳐도 걸리기 쉬워 혼잡한 객차에서 지갑을 노리던 소매치기는 많이 사라졌다. 그 대신 검거될 위험성이 낮고 고가인 데다 훔친 물건을 처리하기도 쉬워 휴대전화 소매치기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두 달간 지하철 절도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를 보면 새벽 시간대나 오후 9∼11시에 좌석에서 졸고 있던 승객들의 스마트폰이 범행 대상이 된 경우가 많았다. 특히 환승역이나 이용객이 많고 순환노선인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절도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60대 남성 D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2호선 객차를 돌아다니며 오후 10∼11시경 잠들어 있는 승객들이 손에 쥐고 있던 40만∼100만 원대의 스마트폰 5대를 훔쳐 달아난 혐의로 5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같은 달 50대 E 씨도 사당역∼신림역 구간을 오가며 6차례에 걸쳐 스마트폰을 훔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지하철 내 절도 사건은 529건으로 전체 지하철 범죄의 17.1%를 차지했다. 절도 사건은 2017년 481건, 2018년 612건, 2019년 596건 발생하는 등 줄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하철의 특성상 절도 후 바로 하차해 도주할 수 있고, 이용객들로 붐빌 땐 몸을 쉽게 숨길 수 있어 절도 범죄가 꾸준히 발생한다. 곳곳에 촘촘히 폐쇄회로(CC)TV 등을 설치해 검거율을 높이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