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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 공항 인근 자폭테러로 수백 명 사상…IS “우리 소행”

입력 | 2021-08-27 06:19:00


26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부근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이 두 차례 일어나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3명이 숨졌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공항 내 활주로에서도 폭발 현장에서 발생한 거대한 연기가 보인다(왼쪽 사진). 카불 공항은 무장단체 탈레반 치하의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아프간인들이 몰려들어 테러 위험이 큰 곳으로 꼽혔다. 이날 폭발로 머리 등에 큰 부상을 입어 피를 흘리고 있는 남성이 들것에 실린 채 이송되고 있다. 사진 출처 트위터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부근에서 26일(현지 시간)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미군 12명을 비롯해 총 72명이 사망했다. 철수 시한이 불과 닷새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끝내 테러가 현실화하면서 현지 상황은 극도의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미 국방부는 이날 카르자이 공항 인근의 에비게이트 및 배런 호텔 인근의 2곳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해병대 11명을 비롯한 미군 12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공항으로 진입하는 4개 입구 중 하나인 에비게이트 인근에서 자살폭탄 테러 직후 총격이 벌어졌고, 곧이어 공항 외곽의 배런 호텔에서도 또 다른 폭발이 일어났다. AP통신에 따르면 아프간인은 최소 60명이 사망하고 140명이 부상했다. 사상자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미 국방부는 이날 테러가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소행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IS도 아랍권 언론인 아마트 뉴스통신을 통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케네스 맥켄지 중부사령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테러 공격은 임박한 위협”이라며 “이런 공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누가 이번 테러에 연관됐는지 쉬지 않고 추적할 것이며 누구 소행인지 확인될 경우 대응하겠다”고 했다. 국방부는 테러범이 어떻게 탈레반의 검문망을 뚫고 공항 인근까지 폭탄을 가진 채 이동했는지 아직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시민들이 26일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부근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로 부상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손수레로 옮기고 있다(왼쪽 사진). 또 다른 지역에선 한 남성이 피를 흘리고 있는 부상자를 부축하며 걷고 있다. 이날 폭발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3명이 숨졌다. 부상자도 많아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 트위터

아프간에서 미군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해 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탈레반과 미군의 철군 약속이 담긴 평화협정에 서명한 이후 1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국방부는 테러리스트들의 다음 타깃이 수백 명의 피란민을 태운 수송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를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맥켄지 사령관은 “이런 작전에는 늘 공격이 예상된다”며 “공격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아프간 탈출 지원) 임무는 계속 수행한다”고 강조했다. 아프간에는 아직 1000명 가량의 미국인이 남아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공영방송 NPR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 상황실에서 외교안보팀으로부터 테러 상황을 보고받았다. 미국과 영국, 호주 정부가 전날 테러 공격 가능성을 이유로 “공항을 즉시 떠나라”는 경보를 발령한 것을 감안할 때 바이든 대통령은 테러 발생 전부터 시시각각 현지 상황을 보고받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의 수하일 샤힌 대변인은 “우리는 무시무시한 이번 사건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범죄자를 벌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미군의 철군 시한인 8월 31일까지 아프간 내 미국인의 탈출 작전에 협조해왔으며, IS와는 2015년부터 충돌해온 적대관계라고 국방부 당국자들은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