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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공항 통제권 밖…우리가 더 죽었다” 책임 전가

입력 | 2021-08-27 14:04:00


아프가니스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한 가운데 탈레반이 자신들은 공항에 대한 통제권이 없다며 미국에 책임을 전가했다.

26일(현지시간) 자비후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공항 보안을 위한 탈레반의 계획에 관한 질문에 “불행히도 공항은 탈레반 통제 범위에서 벗어났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공항 인접 지역 치안 책임은 미국인들에게 있고 우린 거기 없었다”라며 “공항 주변을 비롯해 우리 병력이 주둔한 지역은 안전하다”라고 주장했다.

정상적 정부를 자처하며 카불 공항 근처 치안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다가 막상 테러가 발생하자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다.

모하마드 나임 대변인은 중동매체 알자지라방송에 “이미 외국군에 사람들이 공항에 대규모로 모였을 때의 영향을 경고했지만 이와 관련한 적절한 보안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탈레반 관계자는 로이터에 “이번 테러로 사망한 아프간인 60명 중 28명은 탈레반 대원이다. 우리가 미국인보다 더 많이 죽었다”고 밝혔다.

공항은 통제 범위 밖이라 탈레반이 없었다는 무자히드 대변인의 설명과 배치되는 말이다.

테러범이 탈레반 검문을 거쳐 공항에 미군 구역에 침입했다는 점에서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힌 이슬람 무장조직 IS의 아프간 지부(IS-K)는 선전 매체를 통해 “탈레반 검문소를 통과해 미군과 미국에 협력한 아프간인들이 모여 있는 장소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아프간을 탈출하는 서방국가들의 대피 작전이 이어지는 카불 국제공항 외곽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미군 13명을 포함해 100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쳤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