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부근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이 두 차례 일어나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3명이 숨졌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공항 내 활주로에서도 폭발 현장에서 발생한 거대한 연기가 보인다(왼쪽 사진). 카불 공항은 무장단체 탈레반 치하의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아프간인들이 몰려들어 테러 위험이 큰 곳으로 꼽혔다. 이날 폭발로 머리 등에 큰 부상을 입어 피를 흘리고 있는 남성이 들것에 실린 채 이송되고 있다. 사진 출처 트위터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부근에서 26일(현지 시간)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 직후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한 분파인 ‘IS-K’(호라산·Khorasan)는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이날 영국 BBC와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2018년 IS-K를 분석한 자료 등을 종합하면 IS-K는 2015년 IS가 호라산 지역으로 확장하며 만든 지역 조직이다. 호라산은 현재 아프간 북부와 투르크메니스탄, 파키스탄 등을 아우르는 옛 지명이다.
IS는 2001년 9·11테러를 저지른 알카에다에서 이라크를 근거로 한 세력이 2014년 독립해서 만들어진 단체다. 알카에다, IS, 탈레반은 모두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로 같은 뿌리를 두고 있지만 IS-K는 탈레반 지도부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가담하면서 구성돼 탈레반보다 더욱 폭력적인 이슬람 극단주의를 추종하고 있다. 이들은 탈레반을 두고 “너무 온건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들은 미국 등 서방국가와 타협하지 않고 비이슬람권을 상대로 계속해서 ‘성전’을 벌이기를 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이달 중순 알카에다는 축하 메시지를 보냈지만 IS-K는 “미국과의 거래로 지하드 무장세력을 배신했다”고 탈레반을 비난했다.
탈레반도 IS-K를 적대시하고 있다. 탈레반은 아프간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IS-K의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차단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탈레반은 이달 중순 카불을 점령한 후 바그람 공군기지 내 감옥에 있던 수백 명의 죄수들을 풀어주면서도 IS-K의 수장이었던 아부 오마르 코라사니를 포함해 8명의 IS-K 대원들은 사형시켰다. 탈레반은 현재 국제 사회의 인정을 원하는데 자신들보다 더욱 극단적인 테러를 자행하는 IS의 존재를 걸림돌로 보고 있다. 탈레반은 이번 테러에 대해 “카불 공항 민간인 폭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악의 무리(Evil Circle)는 엄중히 저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달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IS-K의 현재 조직원은 1500~2000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2016년 3000~4000명 정도로 분석됐던 규모에 비해선 다소 줄어든 수치다. 미국은 2017년 7월 IS의 거점 중 하나인 이라크 모술에 이어 3달 뒤엔 수도인 시리아 락까도 함락하며 IS를 괴멸 직전까지 몰아넣었다.
하지만 IS 세력이 뿌리 뽑힌 것은 아니었다. 미국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수호재단(FDD) 빌 로지오 선임연구원은 “탈레반은 땅을 장악하지만 IS는 지하에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IS-K는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테러를 저질러왔다. 지난해 카불에서 시아파 거주 지역의 한 산부인과 병동에 침입해 산모 16명과 임신부 16명을 살해한 사건 등이 이들의 소행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