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경기 포천의 지질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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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강암 폐채석장을 친환경 복합예술문화공간으로 바꾼 포천아트밸리 내 화강암 절벽과 호수(천주호)는 인공적 아름다움의 절정을 보여준다.
《명소에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아름다운 경관, 뛰어난 건축미, 역사적 인물들의 스토리가 묻어 있는 장소일수록 그렇다. 거기에 명소 자체의 좋은 터 기운이 보태진다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더욱 강해진다. 경기 포천시엔 그런 명소 명당이 적잖다. 지루한 가을장마, 잠깐 날이 갠 틈을 타 명소를 찾는 ‘번개 여행’을 했다.》
○복주머니 명소, 한탄강변의 비둘기낭 폭포
포천에는 서로 경쟁을 하듯 대비되는 두 곳의 명소가 있다. 2020년 7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된 ‘한탄강 세계지질공원’과 폐채석장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포천아트밸리’가 바로 그곳이다. 하나는 자연이 빚어낸 천혜의 명소이고, 다른 하나는 인위적으로 조성한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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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된 한탄강 세계지질공원 내 비둘기낭 폭포는 천혜의 풍경과 함께 지기(地氣)가 서린 명소다.
비둘기낭 폭포는 건기에는 마른 폭포이기 쉽다. 마침 가을장마가 한바탕 스친 후 찾았을 때는 콸콸 내리는 물줄기가 시원하고도 장쾌했다. 거기다 웅덩이처럼 움푹 파인 협곡 일대로 햇빛이 비치는 모습은 마치 빛 기둥을 탄 선녀가 호수에 하강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협곡 아래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상쾌해짐을 느끼는 체험을 하곤 한다. 바로 이곳이 지기(地氣), 즉 천연의 터 기운이 부드럽고도 강하게 서린 곳이기 때문이다. 비둘기낭 폭포는 풍수적으로도 복조리형 혹은 둥지형 명당이라고 할 수 있다.
한탄강 협곡과 주상절리를 조망할 수 있는 하늘다리. 강이 내려다보이도록 설치된 투명 유리 바닥은 강아지들도 지나가기를 무서워할 정도다.
한탄강 세계지질공원 인근의 메밀꽃 군락지. 꽃 구경과 함께 한적한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숨은’ 명소다.
○인공미의 절정, 포천아트밸리
사람의 손을 탄 인공적 자연미가 압권인 포천아트밸리는 원래 화강암 채석장이었다. 1960년대부터 무려 30년간 이곳에서 채석된 화강암은 재질이 단단하면서도 아름다워 청와대, 국회의사당, 대법원, 인천국제공항 등 국가 주요 기관 건축물 재료로 사용됐다. 그러다가 1990년대 들어 양질의 화강암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폐채석장으로 방치된 후 포천시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친환경 복합예술문화공원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천주산 정상 부근에서 병풍처럼 깎아지른 화강암 절벽, 그 아래 그림같이 펼쳐진 에메랄드빛 호수(천주호)는 언뜻 인작(人作)이 아닌 자연의 천작(天作)으로 착각할 정도다. 이곳에는 밤하늘의 별을 관찰할 수 있는 천문과학관, 포천 화강암을 이용한 30여 점의 조각품을 전시한 조각공원, 45m 화강암 직벽을 활용해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호수공연장(미디어 파사드) 등이 있다.
포천아트밸리로 오르는 길은 너무 경사져서 대부분 모노레일을 이용하는 편이다. 그리고 정상엔 화강암 직벽을 조망할 수 전망카페가 있는데 놀랍게도 이곳이 명당 터다. 30여 년간 폭약과 망치로 훼손된 채석장 한 모퉁이에서 지기가 사라질 법도 한데, 지금까지 좋은 땅 기운을 유지해오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정상에 오르느라 흘린 땀을 카페에서 판매하는 팥빙수로 식히면서 명당 기운을 쐬고 나니 한결 기운이 살아나는 듯했다.
○부부 화합 다지는 직두리 부부송
포천의 명물인 직두리 부부송(천연기념물 제460호). 부부 혹은 연인이 함께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전설을 가진 이곳에서 부부와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다.
먼저 2005년 천연기념물 제460호로 지정된 직두리 부부송. 얼핏 보면 한 그루 우거진 소나무처럼 보이지만 두 그루의 소나무 가지가 서로 얽혀 마치 하나처럼 이어진 모습이다. 이 부부송은 가지의 끝부분이 아래로 처지는 특징을 가진 품종으로서 수령은 약 300년, 높이는 약 7m에 달한다. 부부송 앞에서 부부가 소원을 함께 빌면 이뤄진다는 전설도 전해 내려온다. 실제로 부부송을 보며 기도를 할 수 있도록 덱까지 설치해 놓았다. 현재도 부부송의 전설을 좇아 매년 적잖은 부부 혹은 연인들이 찾아온다는 게 현지 주민들의 말이다.
부부송이 부부 혹은 연인을 위한 자연 경관이라면 포천향교는 자녀들을 위한 명소다. 고려 명종 3년(1173년)에 처음 지어진 포천향교는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해 나라에서 세운 교육기관이다. 현재의 모습은 6·25전쟁 때 파괴된 것을 1962년에 고쳐 세운 것이다.
포천향교 내 대성전. 한국의 걸출한 대학자들과 중국 유학자들을 모신 이곳은 문(文)의 향기가 뛰어나고, 무(武)의 기상이 출중한 청성산 기운까지 받고 있다.
이처럼 반월성을 머리에 두르고 있는 청성산은 산 자체가 무(武)의 기상이 강한 곳이다. 그러니 청성산 자락의 포천향교는 문(文)의 기운과 무의 기상이 함께 녹아든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글·사진 포천=안영배 기자·풍수학 박사 oj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