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요, 달평 씨/신민재 글·그림/44쪽·1만3000원·책읽는곰(3세 이상)
오늘도 난장판인 콩이네 집. 엄마는 아빠에게 설거지와 청소를 미룬다고, 아빠는 엄마에게 빨래를 미룬다고 쏘아붙인다. 그날 밤, 물을 마시려던 콩이는 부엌에서 어떤 그림자를 본다. 다음 날, 설거지와 빨래가 다 돼 있었다. 그 다음 날엔 맛난 식사까지 차려져 있다. 세 식구가 밤새 거실을 지켜보니, 달팽이 달평 씨가 집안일을 하고 있었다! 겨울에 화단에서 얼어 죽을 뻔했는데 콩이가 구해줘 은혜를 갚는 중이란다.
우렁각시처럼 나타난 달평 씨 덕에 콩이네 집은 웃음이 넘친다. 느릿느릿 움직이기에 뭘 하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달평 씨. 깨끗한 집에서 맛난 음식을 먹으려면 누군가의 오랜 수고로움이 필요하다는 걸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달평 씨와 일하다 아빠는 요리에 대한 재능을 발견한다. 청소하는 엄마의 손놀림은 더 빨라진다. 콩이도 물건을 제자리에 둔다.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난 요즘, 쾌적하고 기분 좋게 지내려면 서로 어떻게 배려해야 하는지 흥미롭게 콕콕 짚어준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