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는 도덕적인가/조지프 나이 지음·황재호 옮김/394쪽·2만 원·명인문화사

최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로 인해 미국에 대한 신뢰성과 도덕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개입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발을 빼 아프간인들을 탈레반 폭압 아래 놓이게 하느냐는 거다. 이런 분위기는 막 들어선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역량에 대한 비판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사실 미 국민들의 도덕적 잣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1950년대 6·25전쟁 당시 트루먼 대통령이 맥아더 장군의 핵무기 사용 요구를 거부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자칫 미소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렸지만 당시 미 국민의 여론은 트루먼에게 불리했다. 수많은 미군 병사들이 공산군에 희생당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너무 유약하게 반응한다는 거였다. 만약 당시 핵이 사용됐다면 공산군은 물론 한국인들도 피폭 피해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세계적 국제정치학자인 조지프 나이는 이 책에서 “트루먼은 자신의 국내 정치 기반이 약화되는 걸 받아들였다. 여기서 도덕성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사실 무정부 상태의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도덕성 외교를 운운한다는 게 한가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른바 소프트파워(문화 예술 학문 등에서의 매력을 통한 국가 영향력) 개념을 창시한 저자는 외교정책의 도덕성은 국익과도 직결됨을 강조한다. 각 국면에서 지도자의 도덕성이 국익을 어떻게 정의하고 추구할지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기 때문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