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사르의 마지막 숨/샘 킨 지음·이충호 옮김/488쪽·2만 원·해나무
로마 공화정을 무너뜨린 독재자의 말로는 비참했다.
기원전 44년 3월 15일, 원로원 회의실로 들어가던 율리우스 카이사르(기원전 100년∼기원전 44년)는 60명의 암살자에게 둘러싸여 단도로 몸을 스물세 군데나 찔렸다. 죽기 직전 그가 내쉰 마지막 숨이 현재 우리가 숨쉬는 공기 속에 담겨 있다는 게 믿겨지는가.
물리학을 전공하고 베스트셀러 ‘사라진 스푼’을 쓴 저자는 역사 인물들의 마지막 숨이 분자로 쪼개져 현재까지 전해진다는 주장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그는 지구가 탄생한 이래 발생한 다양한 기체들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한다.
정신이 들 때쯤 친구의 다리는 피투성이가 돼 있었지만 그는 자신이 다친 걸 알지 못했다. 다음 날 웰스는 자기 신체를 대상으로 일산화이질소를 실험했다. 이 기체를 마신 그가 정신을 잃은 동안 동료 의사는 그의 사랑니를 뽑았고, 웰스는 어떠한 통증도 느끼지 못했다. 마취제의 시작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비행은 난로 위에 널어놓은 빨래 덕에 가능했다. 조제프 몽골피에(1740∼1810)는 난롯불이 세질 때마다 빨래가 위로 떠오르는 걸 보고 공기자루로 하늘을 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했다. 온도 상승으로 팽창한 공기가 열기구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떠오르는 원리를 빨래를 통해 깨닫게 된 것. 몽골피에는 동생과 함께 열기구를 만들어 1783년 11월 21일 최초의 유인 비행에 성공한다.
저자는 “공기 없이 우리는 몇 분조차 살 수 없다. 하지만 여러분은 자신이 들이마시는 공기에 대해 거의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살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면 너무도 익숙해 평소 무관심했던 주변 사물들 속에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