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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분명 목에서 팔았다! 그게 기린 목이라는 게 함정

입력 | 2021-08-29 10:56:00

손실 날 때보다 판 뒤 가격 올랐을 때 더 가슴 아픈 법




“무릎에서 사 어깨에서 팔아라!”

투자의 장에서 바이블처럼 회자되는 격언이다. 참으로 좋은 말이고, 필자 또한 지키려 노력하는 말이다. 다만 문제는 어디가 무릎이고 어디가 어깨인지 알기 어렵다는 점. 현실에서는 이쯤 되면 머리까지 왔겠지 하고 팔았다 저 멀리 날아간 경우도, 이쯤 되면 바닥이겠지 했다 지하층을 보게 된 경험도 많을 것이다.

취업 10년 차, 서울에 대출 없이 내 집 하나, 그럭저럭 괜찮은 직장, 주식투자로 수익도 내는 30대 후반 직장인. 아직은 재테크 중수라고도 할 수 없지만, 그럭저럭 재테크 길에 늦지 않게 발을 들여놓아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10년간 결과만 놓고 보면 다른 이들은 필자가 잘 짜인 순탄한 길을 걸어왔으리라 짐작하지만, 돌아보면 꽤나 우스꽝스러운 욕심과 실수, 후회로 좌충우돌해온 길이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너무 멀고 꾸준히 해야 할 공부도 많다.

당연히 필자도 정확하게 어디가 무릎이고 어디가 어깨인지 모른다. 다만 수년간 재테크 경험을 통해 나 나름의 방식을 만들어가려 노력하고 있다.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재테크 동지들에게 경험을 들려주고자 한다.

목에서 팔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기린 목일 줄이야. [GETTYIMAGES, 자료 | 너구리팬더]




속단은 금물


사람 욕심은 끝이 없다던가. 손실이 날 때보다 내가 판 뒤 가격이 올랐을 때 더 가슴이 아픈 법이다. 2019년은 2015년에 산 아파트 가격이 약 2배가 된 시점이었고, 2018년에 다른 부동산을 하나 더 사 일시적으로 2주택자 상태였다. 기존 주택 매도까지 1년 넘게 여유가 있었는데, 아내의 반대에도 먼저 산 아파트를 팔아 대출을 갚은 뒤 남은 돈을 주식에 넣었다. 그때가 2020년 1월이다. 그나마 2020년 하반기 본전을 회복해 다행이지, 자칫 잘못했다면 매우 슬픈 끝맺음이 될 뻔한 아찔한 기억이다.

필자의 매수 및 매도 시점만 보면 ‘발목에서 사 배에서 팔았다’로 표현할 수 있다(그래프1 참조). 이런 가슴 아픈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범 답안은 무릎에서 사고 어깨에서 팔더라도, 오른쪽 무릎에서 사 오른쪽 어깨에서 팔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편의상 아파트를 사는 시점인 A, B를 무릎, 파는 시점인 C, D를 어깨라고 보자(그래프2 참조).

만약 A에 샀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우리는 최저점의 하락 공포를 견뎌야 한다. 만약 C에 팔았다면 어떻게 될까. 팔고 나서 최고점으로 가는 것을 보며 배가 엄청나게 아플 테다. 더 큰 문제는 최종 시점까지 결과적으로 보아 위와 같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A 시점과 C 시점에서는 최저점과 최고점을 알 수 없기에 그 공포와 고통이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떨어지는 칼날을 잡는 것이 아니라, 반등을 확인하는 시점인 B에서 사고, 어디가 머리인지 속단하지 않은 채 머리를 확인하고 내려오는 시점인 D에서 파는 것이 이상적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보자.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A 시점과 C 시점에서 최저점과 최고점을 확인할 수는 없다. 다만 몇 가지 지표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며 대략적인 예상은 해볼 수 있다.

자료 | 너구리팬더




부동산과 주식 다른 점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공통으로 예상에 도움을 주는 건 유동성이다.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리면 (돈 가치의 하락으로) 자산 가격이 상승하고, 돈이 줄어들면 반대가 된다. 시중에서 M1/M2 지표를 언급하는 자료나, 한국과 미국의 장단기 국채 금리, 테이퍼링과 금리인상 등 중앙은행의 정책을 평소 모니터링하는 습관을 들이면 도움이 된다.

부동산, 특히 주거용 아파트는 지금 기준으로 A, B 시점을 논하는 게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현재는 C, D가 어느 시점인지 고민해야 하는데, 지역별로 공급 물량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거용 아파트는 빈 땅에 짓기 시작해 입주까지 약 3년, 재개발·재건축은 초기 단계부터 10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

전세가율도 중요한 지표다. 전세는 가수요가 존재하지 않기에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거의 정확히 알려준다. 전세가율이 상승 추세를 보인다면 자동으로 매매가를 받쳐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주식의 경우 기업별로 다양한 변수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장 전체 추세만큼이나 기업별, 산업별 특성도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구조적으로 성장하는 미래 산업(시스템 반도체, 2차전지, 정보기술(IT), 인터넷, 바이오 등)과 사이클을 타는 산업(메모리 반도체, 조선, 철강, 화학, 건설 등)을 구분해 공부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기업 실적이나 모멘텀의 영향력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부동산 투자와 달리 주식투자는 분할 매수, 분할 매도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렇게 하면 무릎에서 잡고 어깨에서 팔 확률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운이 좋다면 발에서 사 정수리에서 파는 경험도 종종 할 수 있을 테다.

“어리석은 자는 경험에서 배우고, 지혜로운 자는 역사에서 배운다.” 독일 비스마르크의 말이다. 아직 자칭 지혜로운 자라고는 할 수 없으니 최소한 경험에서라도 배워야 할 것이다. 어리석은 자보다 더 심각한 건 경험을 통해서도 배우지 못하는 자일 테니…. 그렇게 실수도 하고 새로운 것을 공부하면서 단단하게 내공을 쌓아간다면 언젠가는 지혜로운 자의 말석에라도 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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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304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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