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국립진주박물관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타임슬립 대비, 조총을 배우자’는 영상의 시청자 댓글이다. 박물관이 풍기는 진중한 느낌과 달리 엉뚱한 제목으로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 영상은 21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부터 국립진주박물관은 한국 역사 속 총통, 조총 등 화약무기와 그것이 사용된 전투를 소재로 한 시즌제 영상 콘텐츠 ‘화력조선’을 선보이고 있다. 밀리터리 유튜브 채널 ‘건들건들’과 함께 제작한 이 콘텐츠는 올해로 두 시즌을 진행했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출연까지 한 김명훈 국립진주박물관 학예연구사(31)는 27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 것 같다, 진주박물관 일 잘 한다는 댓글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의외로 그는 답을 쉽게 찾았다. “킹덤, 명량 등 역사를 활용한 영상 콘텐츠가 호응이 좋은 것을 보면서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결정했죠.” 그 자신을 포함한 젊은 층들에 익숙한 것을 고민하다보니 답이 저절로 떠오른 것.
하지만 화력조선의 성공에는 눈길 가는 제목으로 젊은 세대를 영상으로 이끈 건들건들의 역할도 있었다. 타임슬립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가 즐기는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플레이어 분류 중 하나인 ‘원딜’을 제목으로 차용했다. 총이나 활 등 원거리 무기를 사용하는 플레이어의 특성을 조총병과 엮은 것. 시청자들은 “원딜 두 글자만으로 영상에 들어올 가치가 생겼다”는 반응을 보였다. 건들건들 채널을 제작한 우라웍스의 정경찬 작가(36)는 “박물관의 사업인데 이런 제목을 달아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젊은 세대들이 해당 게임을 즐기는 만큼 많은 분들이 영상을 찾을 거라고 믿었다”고 전했다.
화력조선은 이달로 시즌2를 마무리한다. 두 시즌을 거치며 그들은 어떤 마음일까.
“한정된 영상 재생시간으로 충분히 보여드리지 못한 부분이 많아요. 앞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잘못 알려져 있는 역사들을 시각화해서 제대로 전달해드리기 위해 노력할게요.”(정 작가)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