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직장인 김모 씨(35)는 이달 24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전용면적 84㎡짜리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사려던 계획을 접었다. 집을 사겠다고 하자 집주인이 11억5000만 원이던 매도가를 5000만 원 더 올렸기 때문이다. 김 씨는 원래 바로 입주할 수 있는 7억 원대 아파트를 사려다가 조건에 맞는 매물이 없어 전세 낀 매물로 방향을 틀었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진 것이다. 그는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한 당분간 집 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 들어 최저 수준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집주인들은 호가를 내리려 하지 않고 기준금리 인상 이후 무주택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거래절벽 양상이 더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1442건으로 지난달(4609건)의 3분의 1 수준이다. 8월 거래량 집계가 끝난 건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8월 거래량은 올 들어 거래가 가장 적었던 4월(3666건) 수준을 밑돌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나마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들의 호가는 역대 거래된 최고가보다 수억 원의 웃돈이 붙어 있다. 높은 가격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매수를 망설이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거래는 뜸한데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6단지(전용 32㎡)’는 이달 19일 6억750만 원에 거래됐다. 1개월 전 거래가격(6억 원)보다 750만 원 높은 역대 가장 비싼 가격이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물건은 거의 없는데 문의는 꾸준하다”며 “호가가 너무 높으면 거래가 안 되지만 1000만, 2000만 원 정도면 곧바로 거래가 성사된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전용 84㎡)도 이달 11일 역대 가장 비싼 26억2500만 원에 팔렸다. 일주일 전 거래 가격(26억 원)보다 2500만 원 뛰었다. 현재 호가는 28억 원까지 올랐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은마아파트를 보러 온 사람들은 ‘비(菲) 강남 아파트도 20억 원이 넘는 걸 감안하면 은마아파트는 비싼 게 아니다’라고 말한다”고 귀뜸했다.
일선 공인중개업소를 포함한 부동산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으로 서울 거래량은 더욱 줄겠지만 당장 집값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내년 입주 물량이 올해보다 감소하는 서울에선 금리 인상에도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날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126으로 지난달(123)보다 3 상승했다. 올 1월(12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2, 3개월 뒤 집값이 오를 전망이 더 높다는 뜻이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