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정치 집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그는 최근 미국에서 가장 백신 접종률이 낮은 앨라배마주 집회에서 백신 접종을 독려했다가 야유를 받았다. 뉴시스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앨라배마주에서 열린 집회에서 지지자들에게 백신 접종을 독려했다가 야유를 받았습니다.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적극적인 접종 독려 활동을 펼치지 않아 많은 비판을 받아왔죠. 앨라배마 집회에서 모처럼 전직 대통령다운 모습을 보이는 듯했지만 이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일 뿐 별로 영혼이 담긴 발언은 아니었습니다. 그마저도 지지자들이 야유할 조짐을 보이자 곧바로 다른 주제로 넘어갔습니다.
△“I happened to take the vaccine.”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전 백악관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별로 공개하고 싶어 하지 않았죠. 정치적으로 이득이 될 게 없기 때문입니다. 이날 집회에서도 자신의 접종 사실을 밝히지만 조심스럽게 말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I took the vaccine”이라고 하지 않고 “I happened to take the vaccine”이라고 하죠. ‘happen to’가 들어가면 자신의 행동을 변명할 때 쓰는 말입니다. “어쩌다 보니 백신을 맞게 됐다”는 뜻이죠.
이날 집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시간 30여 분 동안 아프가니스탄 철군, 불법 이민자, 방위비 분담 등을 주제로 거침없는 연설을 이어갔습니다. 유일하게 말을 더듬으며 불편한 기색을 보인 때가 백신 얘기를 할 때였습니다. “접종을 권고한다”고 하더니 곧바로 “접종은 개인의 자유”라며 물러섰습니다. 접종의 자유를 주장할 때 “You got to do what you have to do”라는 유명한 격언을 인용하기도 했는데요. “당신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즉 “어떤 시련이 닥쳐도 당신이 믿는 바에 따라 행동하라”는 뜻입니다. 접종받기 싫다면 주변에서 뭐라 하건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거죠.
△“We have our freedoms and we have to live by that.”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접종의 자유”를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3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자유가 있고, 그것에 의해 살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live by’는 ‘원칙이나 신념을 지키는 삶을 살다’는 뜻입니다.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