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영변 핵시설 재가동
북한의 핵개발 상황을 감시해온 IAEA가 5MW 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 재가동을 “새로운 징후(new indications)”라며 “심각한 문제”로 명시한 것은 그만큼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 IAEA, 플루토늄 추출시설 ‘5개월’ 가동 주목
IAEA 보고서는 특히 방사화학실험실이 2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약 5개월간 가동된 사실을 파악했다. 보고서는 “북한은 1992년 IAEA에 5MW 원자로에서 나오는 전체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는 데 5개월이 걸린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은 2003, 2005, 2009년에 각각 약 5개월 동안 방사화학실험실에서 재처리를 실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이 기간 동안 플루토늄을 추출했을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다. 2016년 4월에도 방사화학실험실 가동이 포착된 뒤 5개월 만에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했다. 보고서는 평양 인근의 강선과 실험용 경수로 내부에서도 건설 작업 등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 北, 美에 ‘영변 카드’ 다시 내미나
북한이 영변 5MW 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을 재가동한 것은 북-미 대화 재개를 요구해온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바이든 행정부는 6월 방한한 성 김 대북특별대표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대화하자”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냈다. 하지만 북한은 뚜렷한 답을 하지 않은 채 지난달 초 5MW 원자로를 재가동한 것이다. 북한이 방사화학실험실 가동을 재개한 2월 중순은 바이든 행정부가 뉴욕채널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에 “조건 없이 마주 앉자”는 의사를 전달한 때다. 북한은 이때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대화 제의에 응하는 대신에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의 핵능력은 더 발전한다. 빨리 협상을 재개할 조건을 가져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영변’을 다시 북핵 협상 카드로 내미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김정은이 직접 나서 “미국이 제재를 일부 해제하면 영변지구의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미국 전문가 입회하에 영구 폐기하겠다”고 제안했지만 회담은 결렬됐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