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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부르지마”… 탈레반, 코미디언 이어 가수도 살해

입력 | 2021-08-30 11:05:00

“아버지는 가수일 뿐인데 머리에 총탄을 쐈다”



민요가수 파와드 안다라비. 유튜브 ‘Caravan’ 갈무리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코미디언에 이어 가수까지 살해한 사실이 알려졌다.

29일 AP통신에 따르면 아프간의 민요 가수 파와드 안다라비는 지난 27일 수도 카불에서 북쪽으로 100km쯤 떨어진 자택에서 탈레반 대원의 손에 끌려 나와 살해당했다.

그는 우리나라 전통악기 해금과 비슷하게 생긴 ‘깃작’이라는 악기로 아프간과 자신의 고향을 연주해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던 가수였다.

유족은 “탈레반들은 과거에도 불시에 집에 찾아와 마시는 차 종류까지 확인하는 등 수색작업을 했다”며 “아버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가수일 뿐인데 탈레반은 아버지 머리에 총탄을 쐈다”고 밝혔다.

이들은 아버지를 살해한 탈레반 대원에 대해 법의 심판을 원한다고 밝혔으며, 지역 탈레반 위원회는 “살인자를 처벌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모른다고 밝혔다.

앞서 탈레반을 풍자한 농담을 하다 살해당한 코미디언 나자르 모하마드 사건과 이번 사건을 두고 국제 사회는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카리마 베눈 유엔 문화 권리 조정관은 트위터를 통해 “각국 정부가 탈레반에 예술가의 인권을 존중해 줄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호소했으며 아그네스 칼라마르드 국제엠네스티 사무총장은 “2021년의 탈레반은 편협하고 폭력적인 과거와 똑같다”고 지적했다.

탈레반은 과거 집권 당시 카세트테이프와 음악CD 등을 파괴하며 종교 음악을 제외한 모든 음악을 금지했는데 이러한 방침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6일 자비훌라 대변인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슬람에서는 음악이 금지돼 있다”며 “사람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대신 그들 스스로 음악을 연주하지 않도록 설득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