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트라이아웃을 앞두고 신체검사를 받았는데, 그 후로 병역문제를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군 입대를 하루 앞뒀지만 김건형(25·KT)의 목소리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약 보름 전 팀 훈련장에서 짐을 싸서 나왔다는 그는 본가가 있는 광주에 머물다 친한 지인이 있는 인천으로 올라와 인사를 나누며 차분하게 입대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루 뒤인 31일 김건형은 충북 증평군에 있는 제37사단 신병교육대에 ‘현역’으로 입대한다.
프로 데뷔일인 6월 24일, KIA와의 안방경기에서 4회 중전안타로 데뷔 첫 안타를 친 김건형. 동아일보DB
낮은 지명순위가 걸림돌 같았지만 그에게 이는 숫자에 불과해보였다. 같은 해 KT가 지명한 11명의 신인 중 1라운드에 지명된 권동진(23·29일 기준 106일) 다음으로 많은 21일 동안 1군에 머물렀다. 6월 22일 1군에 올라와 이틀 뒤 데뷔전을 치른 김건형은 11경기에서 타율 0.212(33타수 7안타)를 기록했다. 타격에서는 보완할 부분이 많았지만 수비에서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기에 그의 현역입대 소식은 갑작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건형에게는 올 시즌 후 입대라는 나름의 계획이 있었다. 그는 “신체검사를 받고 군 문제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나이도 있고 군 문제를 해결해야 야구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 올 시즌 후로 입대를 계획 중이었다. 그러던 중 운이 좋게 기회가 빨리 왔고 팀에서도 이 부분을 잘 배려해줬다”고 말했다.
KT 입장에서도 김건형의 용단이 고마울 따름이다. 주전급 외야수 김민혁(26)의 부상 등으로 외야에 공백이 생겨 김건형을 1군에 올렸지만 후반기를 앞두고 대체 외국인으로 2018~2020시즌까지 한화에서 준수한 수비실력을 보여준 외야수 호잉(31)을 영입해 김건형에게 예전 같은 기회를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강철 KT 감독도 “현재 호잉이 와서 외야에 자리가 없다. 돌아올 때 자리가 어떻게 되느냐가 중요하지만 워낙 성실하기에 자기 기량만 보여준다면 쓸 수 있는 카드”라고 말했다.
국군체육부대 등이 아닌 전문적으로 야구를 못할 확률이 높은 현역입대에 대해 김건형은 “운동과 관련이 없어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적어도 나 자신을 깊게 돌아보는 계기는 제대로 생길 것 같다. 야구 선수로서나 인간적으로 더 성숙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확고한 소신에 KBO리그 감독시절 유망주들을 발 빠르게 입대시키는 등 선수들의 병역 문제에 관해 가장 깨었다는 평가를 받던 그의 아버지도 반대 없이 “건강이 우선이다. 몸만 다치지 말아라”라는 조언만 해줬다고 한다.
지난해 9월 열린 KBO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김건형이 그동안 갈고닦은 수비 실력을 선보이고 있다. 동아일보DB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