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전자발찌 끊고 연쇄 살해… ‘인간흉기’ 관리 이리 허술하다니

입력 | 2021-08-31 00:00:00

CCTV에 찍힌 범인 여성을 살해한 뒤 27일 오후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성범죄 전과자 강모 씨가 28일 오전 서울역 인근에 모습을 드러냈다. 강 씨는 서울역까지 타고 왔던 렌터카를 버렸고, 휴대전화를 시내버스에 놓고 내리는 수법으로 경찰의 위치 추적을 피했다. 채널A 제공


올해 5월 출소한 강모 씨(56)가 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하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 강 씨는 26일 밤 외출해 노래방에서 알게 된 40대 여성을 살해했다. 법무부는 그가 야간 외출 금지 명령을 어긴 사실을 파악하고도 전화로 ‘편의점에 갔다’고 한 말만 믿고 사실 확인을 하지 않았다. 강 씨는 이후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가 도주금 마련을 위해 29일 새벽 알고 지내던 50대 여성을 불러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두 번째 살인을 저질렀다. 그가 도주를 체념하고 자수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인간 살인 흉기에 무방비로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강 씨는 2005년 가출소했을 때도 30명이 넘는 여성을 상대로 강도 절도 강간 등을 저질러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재복역했다. 그는 올 5월 출소 전 받은 검사에서 성범죄 재범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선고가 2008년 이전에 내려졌다는 이유로 성범죄자알림e에 신상정보가 등록되지 않았다. 그의 거주지 주민들은 성범죄 전력의 전과 14범이 돌아다니는 사실조차 알 수 없었다.

경찰은 강 씨가 전자발찌를 훼손한 뒤 그의 집을 5차례 찾아갔지만 체포영장이 없다는 이유로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집에 들어가서 자세히 살펴봤더라면 첫 번째 살인의 시신이 유기된 사실을 발견하고 적극 대응해 두 번째 살인을 예방할 수도 있었다. 경찰은 28일 서울역 인근과 지하철 가양역에서 동선을 포착했으나 집요하게 추적하지 않았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전자발찌 감시 관제센터를 찾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찬했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강 씨의 연쇄 살인이 발생했다. 전자발찌 부실 관리로 인한 범죄가 심심찮게 발생했지만 연쇄 살인 수준의 심각한 범죄는 처음이다. 장관이 전자발찌 관리 같은 기본 업무의 실상도 파악하지 못하고 ‘인형 전달식’ 등 홍보에 정신이 팔린 사이에 민생 치안에는 구멍이 숭숭 뚫리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자성할 일이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