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시즌 돌입… 한화는 한달 빨라
임원 인사 시즌이 조기에 개막했다. 한화가 26일 핵심 계열사 신임 대표이사 교체 인사를 발표하며 재계 인사 시즌의 신호탄을 쐈다. 지난해보다 한 달 빠른 인사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비해 내년 경영계획을 일찌감치 준비한다는 이유에서다.
LG, 롯데도 올해 인사가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예년과 같이 12월 첫째 주 발표가 점쳐지는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 출소가, SK는 파이낸셜 스토리 성과가 임원 인사 폭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내년 임원 인사 시계가 가장 바삐 움직이는 곳은 LG다. 당장 다음 달 주요 계열사 인사 평가가 시작된다. 10월이면 윤곽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최고경영자(CEO) 대부분을 유임하는 ‘안정 속 혁신’에 중심을 뒀다면 올해는 인사 폭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높다. 특히 SK와의 배터리 소송전 과정에서 대외 조직 강화 필요성을 느낀 LG가 스태프 조직에서 큰 변화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1년간 이례적 인사 및 외부인재 영입을 벌인 롯데도 분위기 쇄신을 위한 비정기 인사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 계열사의 더딘 회복이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올해 키워드는 ‘외부 수혈’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동빈 회장은 사장단 회의 직후 만찬 자리에서 “그룹 내 인재가 없다”며 호통을 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SK는 지난해와 같은 12월 첫째 주 인사 발표가 예상된다. 삼성의 경우 재계 안팎에서 대대적인 변화를 예상하는 시각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주력 사업들이 안정적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경쟁 기업과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어 미래 준비가 필요하다는 안팎의 목소리가 인사에 얼마나 반영될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미래 CEO 후보군을 발탁하고 외국인 및 여성 승진 문호를 넓혀 온 기조 등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SK는 이달 말 각 계열사 임원 평가 조사를 시작했다. 예년보다 1, 2주 빠르다. 올해 키워드는 최태원 SK 회장이 강조해 온 ‘파이낸셜 스토리’다. 지난해 “2021년은 투자자, 시장 등 이해 관계자에게 성장 전략을 제시해 신뢰를 쌓는 파이낸셜 스토리 본격 추진의 해”라고 밝힌 만큼 주요 평가에 핵심 지표로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7월)을 비롯해 SK종합화학(31일), SK E&S(9월 1일) 등 주요 계열사들이 경쟁적으로 미래 비전을 설명하는 행사를 개최하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올해 임원 인사는 상대적으로 소폭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말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 수장을 교체했고 신사업 분야에서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는 조직 안정화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토지 구입에만 10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입한 서울 강남구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사업의 차질 없는 진행을 위해 이해 관계자들과 의견을 조율할 전문 인사의 중용 가능성도 점쳐진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